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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 인문학 산책> 심언의 시세계

sisa3369 2023.01.05 21:15 조회 수 : 11

슬픔을 빛으로 승화 시키는, 

그러나 아직도 남아 있는 응어리에 대한

 

해설/ 이윤홍 시인, 소설가, 번역가

 

심언 시인의 시작품을 해설하게 되었다.

일찍이 그의 시작은(미주한국일보 시 당선작) 물론 장편소설 한 편과 단편소설(미주한국일보 당선작)을 읽은 기억이 있어 시인의 문장력과 소설적 창의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번에 시집 출간을 앞두고 보내온 시에서 보여주는 심언 시인의 시적 표현력과 그 표현력을 시적 상상력과 이미지로 자신만의 시세계를 구축하고 확장하고 있는 것에 경탄을 금할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소설이란 보편적으로 대상을 넓게 바라보는 거시적 안목이라면, 시는 한 사물을 깊이 바라보는 미시적 안목으로 사물의 본질까지 파고드는 문학이 아니던가. 

차갑고도 뜨거운 유려한 산문적 필체로 독자들에게 어필해 나가는 그가 이제 산문의 넓이에 시의 깊이를 더 하고 있으니, 심언 시인의 모든 글이 넓이와 깊이를 지닌 문장 중의 문장에 다다르게 되었다는 것에 깊은 찬사를 보내야 하겠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한국과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군사, 문화 등등의 제반 현상을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미 한인사회에 알리고 있는 언론인 심언 시인이 시로서 자신의 심정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시는 어떤 글보다 빠르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산문으로 쓰여 진 낮 선 글은 대체로 우리들의 사고와 생각을 필요로 하지만 서정성을 바탕으로 쓰여 진 시들은 생각할 여유도 없이 바로 직관을 통해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논리는 배움을 필요로 하지만 미적 감성은 갖고 태어나는 본능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노래한다.

기쁨을 노래하고 슬픔을 노래하고 분노를 노래하고 절망을 노래한다. 노래로 인간의 감정을 순화 시킨다.

심언 시인은 시에서 무엇을 노래하고 있는 것일까.

여러 편의 시를 관통하고 있는 한 정서를 나는 느낀다. 

그것은 슬픔이다. 승화 되었으나 아직도 남아 있는...

나는 시인의 시에서 어떤 개인적 대상에 대한 개인적 슬픔이 아닌, 더 넓고 커다란 대상에 대한 시인의 슬픔(그것은 사실 시인을 넘어서는 전체의 슬픔일 것이다.)을 느낀다. 

여기 한 작품을 먼저 읽어보자. 

 

 

그 바다 <사일육>

 -심 언- 

 

그날 바다가 젖었다

그날 애들을 실은 찢긴 깃발은 

끝내 귀항하지 못했다

파도 치는 바위 골골 마다

토해 놓은 울음들

파도로 부딪치고 부딪치고

아우성친다

 

젖은 바다에 걸어 나오는 애들의 

발자국이 눈물에 젖어있다

걸어 나오는 걸어 나오는

 

그날을 되돌릴 수 있다면 

되돌아갈 수 있다면

그날 때문에 나아갈 수 없던 길

엄마는 그 바다에 파랗게 젖어 있다고

시인은 시를 써서 하늘에 닿고자

아픈 지상의 소리를 그 바다로 보낸다

그날 이후, 할 수 없던 말

바다가 핏물이 되고

아이들 울음이 파도가 되어

파랗게 파랗게

너는 그때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죽음이 갈라놓은 그 시각

바다에는 아우성과 침묵이 

가지런히 신발 되어 놓여 있다

 

그 바다에 갈매기 한 마리

백옷 곱게 차리고 맴돈다

[그 바다 <사일육> / 전문]

 

나는 심언 시인이 이번에 보내 온 시들은 모두 ‘그 바다-사일육’에서 솟아 나와 형상화된 시들이라는 생각이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0분,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한국 현대사에 엄청난 갈등과 분열을 초래했고 국민들에게 심리적 충격을 안겨 주었던 대형 참사. 지금은 갈아 앉은 듯 보이지만 사실은 아직도 진행 중인 이 사건은 심언 시인의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영원한 상흔으로 남아 있는 지도 모른다.

‘그 바다-사일육’을 소리 내어 읽으며 내 자신이 울음으로 변하고, 끊임없이 일렁이는 파도가 되었으니 심언 시인은 참으로 못된 시인이다. 그가 바로 곁에 있었다면 껴안고 울음을 터트렸으리라. 

 

 

탑 

 -심 언- 

 

빛고을에 가면 탑들이 서있다

빛을 향해 곧게 서있다

하나 둘 셋….. 

즐비하게 늘어선 이름 없는 탑들 

너는 중학생이었고, 너는 여고생이었구나

구두닦이도 있고, 택시 운전사도 저기 있다

아비도 있고, 할매도 함께 있다

 

광풍이 휩쓸고 지난 자리

탑들이 남아 우리를 지킨다

탑들은 모여서 밤마다 울음을 삼킨다

탑 하나에 한 가족의 내일이 있다

온통 한 생을 그늘로 살아

 

탑들이 모여 역사를

탑들이 모여 어둠을 빛으로 

탑 앞에 흘린 눈물 모두

꽃이 된다

우리도 함께 피어난다

[탑 / 전문]

 

심언 시인은 광주가 고향이다. 빛고을, 우리 세대는 빛고을에 어두운 빚이 있다.

심언 시인은 이토록 감당할 수 없는 슬픔조차도 슬픔으로 남기기보다는 그 슬픔을 개인적 사회적 나아감의 긍정과 빛으로 이끌어 꽃으로 피어나기를 소망한다. 한 가족이 슬픔 안에 갇혀 있다면 슬픔을 딛고 일어서지 못할 것이다. 한 사회가 슾픔 안에 잠겨 있다면 슬픔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개인적으로나 가족으로서나 사회적으로 비극이다. 

시인은 노래한다. 

 

“빛 고을에 가면 탑들이 서 있다.

빛들을 향해 곧게 서 있다“

 

이 탑들은 밤마다 모여서 울음을 삼키는 잊혀 질 수 없는 슬픔이기도 하지만 희망의 빛이 되어야만 한다. 그래야만이 한 가족이 내일이 있지 않겠는가. 한 사회의 내일이 있지 않겠는가. 

탑들이 모여 어둠을 빛으로 환치하는 순간 꽃은 피어난다. 시인은 절망을 희망으로 꽃피우는 긍정의 힘이다. 

 

 

데스벨리 

 -심 언-

 

소리는 어디에서 오는가 

소리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

소리가 사라지는 곳

소리가 모여 울부짖는 계곡에는

바람도 스치고 물들이 부딪치고

아우성과 자갈소리를 내며

내 가슴 바닥을 훑는 소리

내 사랑도 그러했노라고

문득 지난 사랑이 어느 날 내게 소리를 냈을 때

어느새 내 속에 들어와 가슴을 치는 소리

떠났다가 돌아오며 바닥을 훑는 소리

아니, 처음엔 귓가를 스쳤던가

 

별 아래 떠나기 전 잠든 나를 두드린다

소리가 흘러가 고여 있는 곳 데스벨리

쏟아지는 별들만이 사막을 지키고

한 줄기 빛, 수억 년 어둠을 뚫고 건너왔다 

가장 어두운 곳에서 빛나던 빛

가장 어두운 것 때문에 세상은 더욱 밝아진다

죽음의 계곡에서 빛들은 굴절을 잃고 

어둠 속에 길을 잃다가 사라진다

그게 전부인가, 나는 어느 경계에 머무른 것인가

사막에서 묻는다

[데스벨리 /전문]

 

이제 시인은 광야에 홀로 서 있다.

광야에 서서 시인은 귀를 기울인다.

‘소리는 어디에서 오는가 소리가 가는 곳은 어딘가 소리가 사라지는 곳...내 사랑도 그러했노라고’ 

시인의 독백은 슬프다. 자신이 슬픔을 빛으로 노래해도 슬픔을 간직한 시인의 마음은 진정 쓸쓸하고 허전하고 아프다. 

‘어느새 내 속에 들어와 가슴을 치는 소리’

누구의 귀엔들 저 소리가 들리지 않겠는가.

가라 않은 듯 하다가도 떠났다가 돌아오며 바닥을 훑는 소리가 우리의 가슴에서 영원히 맴돌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더 크게 노래한다. ‘가장 어두운 것 때문에 세상은 더욱 밝아진다’라고.

그러면서도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시인은 생각한다. 그리고 자문한다.

‘나는 어느 경계에 머무른 것인가’

밤이 덮고 있는 삭막 위에 홀로 서서 자문하고 있는 시인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오늘 나는 그의 노래 한편 한편에 침잠한다. 

나의 무딘 마음을 일깨워주는 그의 노래는 선승의 죽비다.

심언 시인의 노래로 나는 다시 살아난다. 

 

 

새 

 -심 언-

 

울지 않아도

너의 피 토하는 노래를 안다. 

가장 높은 곳에서 쏟아내는 목마른 외마디

 

살아온 날들의 한이

하루 밤 지새기 서러워

긴긴 밤 내내 처마 맨 가장자리에 선 너는

외로움을 아는 탓이다.

둥지를 벗어나

가지 끝에서 맴도는 너는

언제나 울 곳을 아는 탓이다.

 

별로 남지 않은 시간 때문에

그래도 간직한 사랑하나

물 건너기를, 차오르기를, 

 

너의 빛나던 꿈 풀 씨 하나 물고

[새 /전문]

 

심언 시인은 <새>를 통하여 아이들의 영혼을 위로한다. 

시인은 “(네가) 울지 않아도 너의 피 토하는 노래를 안다”고 흐느낀다.

다 피어내지 못하고 잠든 아이들의 마음이 저 세상에서라도 물 건너 차오르기를 노래한다. 빛나던 꿈처럼 풀 씨 하나 물고 날아오르기를 기대한다.

별로 남지 않은 시간 때문에, 그래도 간직한 사랑 하나, 그 사랑과 슬픔을 영원한 생명으로의 회귀로 승화 시키라고 노래한다. 아이들은 제 마음 속의 풀씨를 물고 날아오를 것이다. 

 

일자: 2023.01.05 / 조회수: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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