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절벽 상황에 나타난 마이너스 유가”
국제유가 폭락에도 기름값은 찔끔 하락
국제유가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까지 폭락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원유 수요가 급감하고 원유시장의 선물 만기가 겹친 탓이다. 그럼에도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마이너스 37.6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17일 종가 18.27달러에서 무려 55.90달러(305%)가 폭락한 것이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1983년 뉴욕상업거래소가 원유를 거래한 이후 처음이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원유를 팔면서 돈을 얹어줘야만 원유 판매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 비회원 산유국 연합체인 OPEC+의 감산 합의에도 코로나19 사태로 원유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집집마다 차가 서고 항공기도 운행이 중단되면서 소비는 급감해 1/3 정도가 줄어 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원유시장의 선물 만기도 겹쳤다. 5월물 WTI 만기일(21일)을 앞두고 선물 투자자들은 5월물 원유를 인수하기보다는 대부분 6월물로 갈아타는 롤오버를 택했다. 5월 물량을 팔고 6월 물량을 사들이면서 가격이 왜곡됐다는 것이다. 실제 6월 인도분은 20불 정도에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정유업계도 어려움은 크다. 원유 시장이 아닌 국제석유제품 시장, 즉 원유를 재생산한 제품을 거래하는 시장에 속해 있다. 이 때문에 휘발유·경유 가격은 유가가 아닌 국제석유제품 현물 거래시장에서 정해진다.
또 저장고 없어 바다에 떠도는 유조선들은 유조선 1일 보관비만 5천만원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웃돈을 주고라도 서둘러 유조선들은 기름을 넘겨야만 한다.
전세계의 1일 원유 소비량은 1억배럴이다. 현재는 코로나 사태로 60-70% 정도로 줄어 원유 하락을 부채질 했다. 유가 절벽 사태는 차와 항공기가 멈춰 서면서 발생한 이변이다.
즉, 유가가 하락해도 변동없는 유류세와 유통비용, 마진 탓에 가격인하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 정유사들의 단합이나 유가 조작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 몫으로 감수해야 한다.
한마디로, 오를때는 대폭 한방에 오르지만 내릴때는 큰 폭 하락에도 찔끔찔끔식으로 현실감이 없다.
실제 LA인근 주유소들의 개스값은 3불대이거나 최저 2불 중반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한 운전자는 “한국처럼 재고량 조사나 세무조사를 강화해 소비가를 즉각 반영하도록 해야 하며 정유사 가격 담합도 조사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가격이 3개월째 내려도 소비자까지 반영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원유 시장에서 가격 하락 등 요인이 발생한 뒤 정유사와 주유소 등까지 실제 변동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데 유통기간상 최소 2~3주가 걸린다는 특성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름값 65%가 유류세로 빠져나가다보니 정유업계가 기름값을 통제할 부문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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