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가주 지역에서 한인들의 자살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에는 50대 한인 전도사가 부인과 어린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충격적인 사건(본보 3월7일자 보도)에 이어 최근에는 명문 사립고교 15세 한인 여고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뒤 부친까지 투신하는 한인 부녀 자살 참극(본보 4일자 보도)까지 이어지면서 자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한인사회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LA카운티 검시국이 공개한 자살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 4개월 동안 LA 지역에서만 총 12명의 한인들이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50세 한인 남성 김모씨와 또 다른 남성 김모(59)세, 그리고 3월 초 극단적 선택을 한 박모(15)양과 3월 중순 숨진 남성 이모(21)씨는 끔찍한 총기 자살을 선택한 바 있다. 실제 알려지지 않은 사례까지 고려하면 숫자는 훨씬 더 많다.
올 초 LA카운티 정신건강국 자료분석 결과, 지난 2021년 미 전역에서 자살로 인한 한인 사망자 수는 207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0년의 181명과 비교해 14% 증가한 숫자다.
미주 한인들의 자살이 다시 늘고 있는 이유는 한인사회의 정신건강 상태가 과거보다 훨씬 더 악화된 상태로 분석된다.
한 관계자는 “한인과 상담 결과 절반 이상이 우울증을 앓고 있고, 이 증상이 결국, 최악의 경우 자살로 이어질 수 있어 초기에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울감이 평소보다 심하게 느껴지면 가정상담소와 같은 전문기관에 상담을 요청하면 큰 도움이 된다”며 “혹은 가족들에게라도 털어놓고, 함께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기디나에서 한인 남성 정모(51)씨가 부인과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정씨는 대형교회 전도사로 생활고에 의한 자살이어서 더 충격을 주었다.
‘고액 목사에 생활고 전도사’라는 비난으로 이민생활의 단면을 드러냈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이민생활의 스트레스와 박탈감, 배우자와 자녀와의 가정불화 등 자살까지 이르는 데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다. 과거 70년대와 80년대의 경우 범죄 희생사례가 많았으나 2010년 대에 들어서는 자살이 미주 한인들의 주요 사망원인으로 부상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청소년들의 자살이 증가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되고 있다. 청소년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자살 예방교육, 학부모가 참여하는 자살방지 교육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청소년 자살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부모와 학교, 학생이 서로 소통을 통해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인들의 경우 정신적 문제와 자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오명’(stigma)으로 생각해 꺼리는 경향이 큰데, 자살 충동이 생기거나 상담이 필요한 경우 전문기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디디허시 자살예방센터는 정신의학서비스를 제공하는 디디허시 10개 기관 중 하나로 미국 최초로 지난 1958년부터 운영돼 오고 있으며, 센추리시티에 새로운 자살예방센터를 개설해 상담과 자살방지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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