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다행인 것은 암흑과 고난 속에서도 조금씩 진전해 왔다는 것, 그 결과로 인류가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는 나아지고 있는가. 나아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한국은 선거 광풍에 휩싸여 있다. 코로나 시대에도 할 것은 해야 하고 통과해야 할 것은 지나가야 한다. 서울, 부산 보궐선거와 내년 5월 대통령 선거까지 섞여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 정치사의 상징, 내일을 점칠 수 없는 ‘시야제로, 안개정국’, 누구도 예단이 불가능한 한국정치, 불확실의 상징이 한국정치인 것은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선거 속성상 뚜껑을 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노릇이긴 하지만 전혀 엉뚱한 사람이 승리하고 패권 장악하는 것은 그만큼 준비되지 않은 자의 정치이기 때문에 불행은 국민의 몫이다. 무엇보다 쿠데타와 군사독재의 그림자가 짙은 한국은 준비된 정치인의 등극 과정을 지켜보는 선진 정치를 고대할 것이다.
시야제로, 정치 역사 속에 살아온 우리는 이제 반감마저 없다. 지지율 1%에서 출발한 노무현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정신으로 승리했다. 과반에 육박한 여론조사로 승리를 눈앞에 둔 후보들은 사라지고 자취조차 보이지 않는 게 한국정치다. 역사의 뒤안길로 명멸한 그들은 이제는 깨달았는지 모르겠다. 열광하던 지지자, 흔들던 깃발은 창공의 구름이며 바다 위 한갓 거품인 것을. 남는 것은 시대정신이며 자유 의지와 바른 세상인 것을.
박영수 특검이 사표를 냈다고 한다.
박 특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는 곧 윤석열 차후 행보에 주목하게 하는 찻잔 속 태풍이다. 그가 순작용을 하던 역작용을 하던 의미하는 바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검찰 내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혹은 지켜본 사람이라면, 눈치 챘을 것이다. 박 특검과 윤이 남다른 사이인 것은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얘기다.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중수부장과 검찰연구관으로 함께 근무하면서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과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인수 사건 등을 수사했다.
특히 박 특검은 국정농단 특검팀 구성을 위해 당시 좌천성 인사로 대전고검 한직 검사로 재직하던 윤을 수사팀장으로 가장 먼저 임명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잊혀진 검사가 세상 밖으로 다시 등장한 순간이었다.
윤 역시 이 대목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검찰 내에서 미운털이 박힌 윤이 고검 한직을 전전하고 있을 때, 아차 하면 사표를 낼 처지의 자신을 과감히 세상 이목을 받게 만들어 준 은인이기 때문이다.
검찰 인사 관행상 수도권 근무에서 지방 근무는 순환이 원칙이다. 그리고 승진 전후로 고검 한직 근무도 관행으로 굳어져있다. 검사도 꽃보직이 생명인데, 뉘라서 한직 가기를 원하겠는가. 관행으로 만들어 돌리는 수밖에 없을 일이긴 하다.
윤처럼 미운털 박힌 검사는 좌천성인사로 고검에 보내는데 그것도 2-3회차 고검에 있게 하면 사표를 내라는 의미로 검찰에서 나가야 한다. 대개는 그렇다. 그럼에도 윤은 끝까지 버텼다. 후배들과 술로 때로는 구기 운동을 하면서 버텼다고 한다.
그즈음에 구세주가 박 특검이기에 두 사람의 인연을 쉽게 보기는 어렵다.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팀장 발탁이 없었다면, 서울중앙지검장도 검찰총장도 언감생심 꿈이나 꾸었겠는가.
서초동 언저리에서 변호사로 지난 회한을 술집에서 풀며 술 취하면 즐겨 부른다는 ‘아베마리아’와 ‘아메리칸 파이’를 부르는 정도일 터이다.
연막이겠지만, 지금은 두 사람이 많이 소원해졌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그렇다 하더라도 의미는 깊다. 박 특검 대신 누가 윤의 손을 잡고 흔들고 있는가에 초점이 모아지기 때문이다.
윤의 술 실력도 화제다. 검찰에는 역대 폭탄주의 왕들이 있다. 심계륜, 임휘윤, 조승식, 윤석열 등등. 폭탄의 왕들은 50방-70방을 넘어 심지어 한 컵을 단숨에 목넘기기(홀인원), 두 번에 목넘기기(이글) 등을 자랑하기도 한다. 지금의 얄팍한 소폭(소주 약간에 맥주 5할)이 아닌, 과거 폭탄주는 맥주잔에 양주를 넣고 맥주를 가득 채웠다. 윤은 폭탄 70방 실력이라니 왕의 계보를 이어갈 만하다.
대선주자의 치명적 오점이 될 처와 장모도 화제다. 두 사람의 결혼식부터 검찰 내에서 화제였다. 당시 대검찰청 청사에서 식을 치렀는데 서초역 사거리 일대가 하객들이 타고 온 차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하객이 너무 많아 식장까지 통로가 막혀 못 보고 간 사람도 많았다.
문득 30년전, 시골 경찰서 한 형사계장의 처 장례식에 배달된 화환 3백개 값이 3천만원이었다는 가십기사가 생각난다. 반면, 어떤 권력자는 자식 혼사에 직원들도 모르게 간소하게 치른 사례가 비례된다. 인산인해 하객은 자랑거리가 절대 아니고 오점인 것을 명심해야 한다.
몇 달전, 윤의 절친 황모의 빈소에 들어섰을 때 조문객들이 순간 기립박수를 쳤다는 것이다. 빈소에서 박수를 친다는 건 상주에게는 대단한 실례지만 누구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격려 아닌 아부며 이걸 은근히 즐긴 윤의 당시 느낌을 가늠해볼만 하다.
현재 윤은 이런 과정으로 대선주자라는 감투를 얻었다.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검찰은 쑥대밭이 되었다. 청와대와 법무장관을 좌충우돌 들이받으면서 검찰 개혁은 수사권을 뺏기고 최후 검찰총장으로 검찰청까지 사라질 국면에 놓였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운 격이랄까.
목소리를 키운 것이 검찰 개혁을 더 촉발시켰고 반성과 검찰 자성이 부족해 화를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설적으로, 윤의 검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개혁 저지는 검찰개혁에 더 불을 지폈다. 자초한 악역으로 검찰 개혁 완성에 기여한 ‘공신’이 되고만 것이다.
그동안 검찰이 저지른 죄과는 차고 넘친다. 칼잡이들의 출세만을 위한 야욕이 낳은 족적들은 검찰 개혁이 이 시대 화두가 되었다. 이를 넘어 대놓고 정치 검찰이라니!!
관료가 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막스 베버 주장이 아니더라도, 특히 정치적 중립이 절대적인 검찰조직의 수장이 옷을 벗고 대권에 도전하는 것은 관료사회나 검찰에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껏 휘두른 칼날이 자신의 대권 가도를 위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윤 역시 녹봉을 받으면서 수사활동비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대선 전초전 운동을 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대목이다.
후배들 사랑하고, 술 잘 사고, 어쩌면 육사에서 전두환처럼 검찰의 전두환이 연상되는 리더십 좋은 형님 이미지는 군부의 하나회처럼 검찰 내 별도 그룹을 형성한 ‘00사단’이 되고 말았다.
며칠전, 343억 가짜 은행잔고증명으로 사기 피의자 장모 최은순의 비공개 재판신청이 기각됐다. 전례 없는 신청도 파렴치하지만 출정한 피의자 6천만원짜리 명품백이 화제가 되었다.
재채기처럼 사람의 품격은 감출수가 없는가. 국민만 바라본다는 윤석열, 그러나 이들 눈에 국민은 아랑곳없다. 이들은 어떤 이유로, 어떤 권력으로 이런 특혜를 누려야 하는가. 염치와 양심, 기본적인 도덕심도 없는 것인가. 이런 자들이 대권을 운운 하는 나라의 백성은 불행이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사족으로,
‘별의 순간’은 무슨 말인가. 이제 ‘태양의 순간’도 튀어 나왔다. 뭔가 앞뒤가 없는 말이다.
모두 윤의 대선행보를 두고 나온 말이다. 은유라 하더라도 어긋난 문장이다.
뭔가 잘못된 대선행보처럼.
< 彦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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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 2021.03.22 / 조회수: 34 세상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다행인 것은 암흑과 고난 속에서도 조금씩 진전해 왔다는 것, 그 결과로 인류가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는 나아지고 있는가. 나아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한국은 선거 광풍에 휩싸여 있다. 코로나 시대에도 할 것은 해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