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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 않는 꽃은 없다

sisa3369 2020.06.03 22:58 조회 수 : 48

프랑크묘-w.jpg

마드리드 인근 국가묘역 ‘전몰자의 계곡’에 프랑코 묘가 과거사 청산에 따라 45년만에 이장되었다.

 

10년전, 스페인 내전을 취재하며 반드시 가야 할 곳인 ‘전몰자 계곡’에 도착해서 퍽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이미 묘역은 더럽고, 녹슬고 잡초 무성한 변두리 공원 모습이었다. 냉엄한 역사의 현장은 많은 것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인근 전몰자 계곡은 프랑코가 투옥한 정치범들을 강제노역에 동원해 지어진 국가묘역으로, 1936~1939년 내전 당시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사망한 병사와 시민 3만 명 이상이 잠들어 있다. 

40여 년간 철권통치를 휘두른 독재자 프랑코도 1975년 숨지자 자신이 미리 준비해 둔 장엄한 묘역에 묻혔다.

프랑코는 여느 독재자 못지않은 독재자의 길을 걸었다. 

이집트 기자의 쿠푸왕 피라미드를 흉내 내 죽기 전에 호화 묘역을 미리 만들어 놓았다. 과다라마 산 정상에 세계에서 가장 큰, 높이 150미터, 무게 20만 톤의 화강암 대리석 십자가를 세우고 지하 260미터에는 바실리카 양식의 예배당과 자신의 무덤을 만들었다. 수감 중인 반대파 정치범 2만 명을 동원해 20년 동안 암반을 파내고 만들었다. 동원된 정치범은 이틀 작업에 하루를 감면받는 조건이었다.

여론 무마를 위해 파시즘 본산 팔랑헤당 초대 당수이며 내전 발발 직전 처형된 리베라를 

왼쪽 무덤에 묻었다. 프랑코는 화해의 상징, 속죄의 상징이라며 과거를 잊고 화합을 주창했다. 내전과 보복 학살을 잊고 미래로 나아가자며 국회를 협박해 ‘침묵의 법’까지 제정해 스페인 내전 연구나 논문 발표, 영화나 드라마 소재 등으로 사용도 금지시켰다. 영구 집권자 총통의 철권통치 아래서 가능한 짓들 이었다. 내전 이후 국민들은 입에 담아서는 안 될 금기어가 되었다.

 

권불십년 화무실일홍

 

지난해 9월, 제국의 총통으로 영원할 것 같은 프랑코가 사후 45년 만에 파묘破墓를 당했다.

쿠데타로 내전을 일으키고 2백만 명의 인명을 희생시킨 독재자의 유해를 국가묘역에 계속 두는 것이 옳은가를 놓고 프랑코 사망 이후에도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스페인 민주화가 계속 되면서도 프랑코 처리는 좌 우파 정권의 난제였다.

우파와 가톨릭 보수진영에서는 사회당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과거의 상처를 헤집으려 한다는 비판과 프랑코가 스페인을 혼란에서 구해 안정과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라는 주장도 계속했다. 과거의 망령을 헤집지 말고 프랑코 지우기를 멈추라고 요구했다. 

파묘 날에는 지지자들이 ‘프랑코여 영원하라’ 등의 문구가 쓰인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마드리드 국회 관광을 하는 중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설명을 들으니 내전 당시 학살당한 가족의 어머니들이 매주 모여 암매장된 장소라도 알려 달라는 시위였다.

 

우리의 국립묘지에서도 퇴출 운동은 진행되고 있다.

친일 행적을 감추고 국립묘역에 누워있는 매국노, 대부분 장군이나 권세를 누린 자들이다. 또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 일당들이 잠들어 있고, 조국 산천 곳곳에 널려있는 동상, 현판, 표지석 등 전두환 지우기 운동이 한창이다.

청남대의 동상이 철거되고 현충문 현판도 교체되었다. 일해공원 명칭도 바뀌고 곳곳의 표지석, 조형물, 기념석, 헌시비, 공덕비, 기록, 시설물, 전두환 범종, 길이름, 백담사, 세종기지의 글씨 등도 없어진다. 아직도 곳곳에 찬양 잔재가 수두룩하고 청산해야 할 것은 많다. 따지고 보면 조,중,동이 앞장서 ‘전비어천가’를 나불대고 구국 영웅 전두환을 가장 먼저 외쳤다. 방송은 땡전뉴스로 국민을 세뇌시켰고 하수인들이 앞잡이가 되어 악행을 저질렀다.   

반성이 없으니 용서도 없다. 광주에는 철창에 갇혀 두들겨 맞는 전두환이 있고, 망원동 5.18 묘역에는 입구 바닥에 놓여있는 ‘전두환 기념비’를 누구나 밟고 지나간다. 이 기념비는 1982년 담양 성산마을에서 일박한 것을 기념하는 비석을 세운 것으로 이젠 치욕의 상징이 되었다.

전두환과 일당이 끝내 반성 않고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사는 힘이 세다. 역사가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정치인, 권력자들은 냉엄한 역사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돌아볼 줄 모르고 반성, 자정 능력이 없는 권력은 무너질 뿐이다.

누가 뭐래도 ‘살인마 전두환’은 시위 때만 나오는 말이 아니다. 역사 속에서나 세계 도처에 독재자는 많다. 종말 또한 유사하지만 독재자들은 영원한 권력으로 착각한다.

 

LA한인사회에도 얄팍한 권력을 흔들며 행세하는 무리들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청와대를 사칭하고, 총리, 의장에 줄을 대고 투서질로 세상을 뒤집는다. 이또한 오래가지 않는다. 꽃이 지는건 금방이다.

 

그들은 모른다.

꽃이 피기는 힘들어도 

지는 건 순간인 것을,

늦게 피는 꽃은 있어도 

피지 않는 꽃은 없다는 것을,

진실은 늦더라도 밝혀지고, 

악은 한 순간에 반드시 

몰락한다는 것을 

그들은 모른다.

 

< 彦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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