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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바다 건너 거룩한 조상” 교가 불러
민족혼 투지 불태운 재일동포 후세들 
KIA 구단 후원 힘 커, 볼 용품 등 지원
구장 좁아 연습도 제대로 못해
큰 구장 찾아 배팅 연습 설움
한글 교가 혐한 사태, 맹비난 받아
야구부 선발조건 근성, 영민, 성실
결승전은 다윗과 골리앗 싸움 비유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일본 고시엔 전국고교야구선수권 대회에서 꿈에 그리던 첫 우승을 차지했다.
교토국제고는 23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소재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여름 고시엔 본선 결승전에서 도쿄도 대표 간토다이이치고에 연장 접전 끝에 2-1로 승리했다.
일본에서 전해온 열대야를 녹일 쾌거는 일본은 물론 한국까지 들썩이고 있다. 결승전에는 일본 곳곳에서 결승전을 보기 위해 구장을 찾았고 한국에서도 많은 지지 팬들이 함께 했다.
8강전, 4강전에 이어 이날 결승전에서도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고시엔 전통에 따라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모습이 공영방송 NHK를 통해 일본 전국에 생중계됐다.
고시엔에서는 출전학교 교가가 연주되며 NHK는 모든 경기를 방송한다. 고시엔은 일본 고교 야구선수들이 본선에 진출하기 어려워 ‘꿈의 무대’로 불릴 정도다.
올해는 일본 전역 3715개 학교(3441개 팀)가 참가해 49개 학교만이 본선에 진출했다.
교토국제고는 앞서 2021년 처음 여름 고시엔 본선에 진출해 4강에 올랐으나, 결승 진출에 실패한 바 있다.

 

재학생 대부분이 야구부
교토국제고는 교토에 거주하는 재일교포들이 1946년에 결성해 이듬해 세운 학교로, 1947년 ‘교토조선학교’로 정식 인가받고 학생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출생 탓에 인구 수가 줄면서 재일교포 학생 수가 감소했고 학교를 살리기 위해 꺼낸 비책이 바로 ‘야구’ 였다. 당시 이사진들 그리고 동포들이 모여 어떤 방법으로 학교를 살릴까 의논하다가 1999년에 야구부를 창단을 하고 학생 수를 늘려보기로 했다.
백승환 교장은 “처음에는 야구부 성적이 형편없어서 정말 어려움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성적도 향상되고 또 많은 승리를 거두면서 본교에 지원하고자 하는 중학생이 점차 늘었다”며 “우리 학교 전교생 160명 중 야구부원이 6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재외교육기관학교포털을 보면, 교토국제고 학생 수는 2024학년도 기준 고1(52명), 고2(42명), 고3(43명) 등 137명이다. 여학생이 69명, 남학생이 68명이다. 재학생 국적(중학교 과정 22명 포함)은 일본 학생이 127명이며 30명 정도가 한국계다.
교토국제고 야구부는 1999년 창단했다. 야구부는 여름 고시엔이 단골로 등장하는 일본 야구만화에서 보듯 ‘방과 후 클럽활동’에 속한다. 야구부원은 60여명이다. 남자 재학생(68명) 대부분이 야구를 하는 셈이다. 주장 선수를 포함해 야구부원 상당수가 일본 학생이다.
특히 선발기준에 대해 “중학교에서 우리 학교로 입학할 때 야구부로 들어오겠다는 아이들의 선발 기준이 몇가지 있다”며 “첫째가 영리함, 둘째가 근성, 셋째가 성실이다. 이 세 가지를 갖추면 지금이 실력 좀 떨어지더라도 스카우트를 하라고 한다”고 했다. 그는 “학교가 산속에 있는데, 이 산 계곡을 하루에도 수십 바퀴 뛰면서 체력과 정신력을 길렀다”고 덧붙였다. 이 학교는 야구부원이라도 야구만 하는 게 아니라 일반 교과시간에는 수업에 참여해 한국어, 한국 역사, 한국 무용, 태권도 등을 배운다고 한다.

 

다윗과 골리앗 싸움
교토국제고가 고시엔 정상에 오른 것은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교토국제고는 1999년 창단해 25년 밖에 되지 않은 ‘신흥 야구부’ 수준이다. 게다가 창단 초기에는 재미삼아 야구를 하던 ‘장난꾸러기들의 모임’같은 수준의 팀이었다.
일본 전국의 내로라하는 고교야구부 3700여곳이 이 대회 출전을 노리지만, 고시엔행 티켓은 49장 뿐이다. 47개 도도부현(한국의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치러지는 예선에서 우승한 팀(도쿄도와 홋카이도는 2곳)에만 고시엔 진출 자격이 주어지는 만큼, 본선 진출팀은 막강 전력을 갖춘 팀들이다. 게다가 예선부터 고시엔도 한 경기라도 지면 바로 탈락하는 ‘녹다운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단 한 경기도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일본 언론들은 “(교토와 도쿄라는) 전·현 일본 수도의 대결”, “자존심이 걸린 싸움”, “다윗과 골리앗싸움”, 등 관심집중의 모습을 보도했다.
관중석에서는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날씨에도 재학생과 학부모, 동문 등이 어우러져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특히 “드디어 고시엔 결승에 진출하게 되었다”며 이날 오전 7시께부터 전세버스를 동원해 재학생과 학부모, 동문, 학교 관계자, 교토 내 다른 학교에서 온 우정 응원단들을 실어날랐다. 
이날 3루쪽 관중석을 차지한 교토국제고 응원단은 무려 2800여명에 달했다. 재학생 응원단이 100여명으로 야구부를 제외한 대부분 학생들이 참석했고, 졸업생 500여명과 학부모 등이 대거 경기 관람에 나섰다. 3루쪽 관중석은 과거 흰옷을 입은 관중들이 이곳을 가득 채워 마치 눈이 내린 거대한 산처럼 보인다고 해서 ‘알프스석’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KIA 구단 지원 큰 힘
국내에서 교토국제고가 주목받게 된 건 2021년이었다. 당시 교토국제고는 창단 이후 처음으로 고시엔 무대를 처음 밟게 됐고, 또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로 시작하는 교토국제고의 교가가 특히 관심을 모았다.
교토국제고 야구부가 올해 봄 KIA 구단으로부터 경식 야구공 1000구를 받았다. 이후 교토국제고의 박경수 교장은 직접 편지를 보내 KIA 구단에 감사함을 전했다. KIA 타이거즈 제공
교토국제고 야구부가 올해 봄 KIA 구단으로부터 경식 야구공 1000구를 받았다. 이후 교토국제고의 박경수 교장은 직접 편지를 보내 KIA 구단에 감사함을 전했다. KIA 타이거즈 제공
교토국제고의 사연이 알려진 이후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21년 5월 중순 야구공, 치료용 스프레이 등 1000만원 상당의 야구용품을 지원하면서 교토국제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KIA 구단도 힘을 보탰다. 심재학 단장이 교토국제고 선수들의 사정을 접한 뒤 경식 야구공 1000구를 기부하기로 했다. KIA로부터 야구공을 받은 교토국제고의 박경수 교장은 직접 편지를 보내 감사함을 표했다.
심재학 단장은 "지난 겨울 일본 팀과의 교류를 위해 오사카에 방문했을 때 학교의 사정을 들었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필요한 게 야구공이라고 하더라. 우리가 스프링캠프에서 썼던 공의 상태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그거라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학교 측에서) 공이라도 주신다면 잘 쓰겠다고 하셔서 경식 야구공을 기부하게 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교토부 지사 직접 나서
우승후 혐한 무차별 공격
기분 나쁘다며 제명요구

교토국제고가 우승을 차지한 후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장면이 일본 공영방송 NHK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자 이를 본 일본 우익 세력이 교토국제고의 한국계 배경과 한국어 교가를 문제 삼고 차별적인 발언과 공격을 쏟아내고 있다.
각종 SNS에서 일본 누리꾼들은 "교토국제고를 고교야구연맹에서 제명해야 한다", "한국어 교가는 기분이 나쁘다", "교토의 수치" 등과 같은 혐한 발언이 확산되고 있다. 교토국제고가 2021년 여름 고시엔 본선에서 4강에 진출했을 때에도 비슷한 혐한 비난이 있었다.
이에 교토부 지사인 니시와키 다카토시는 기자회견을 통해 차별적인 발언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차별적인 행태는 안 된다"며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SNS 운영사에 민족 차별적인 내용이 포함된 게시물에 대해 삭제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니시와키 지사는 관련 부서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니 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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