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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이민생활 빛과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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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홈리스 7만명, 실제 상황은 더 심각’
삶과 죽음 ‘차별 받지 않을 권리’ 부여
‘차별’ 아닌 ‘권리’ 홈리스 지원체계 요구
1년전, LA서 홈리스 900명 사망
2년전, 2100명 사망, 무대책이 대책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모교인 하버퍼드대학에 2500만달러, 우리 돈 350억원을 기부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엄청난 일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신문기사에 LA 한인타운에서 한인 노숙자가 사망한 기사도 있었다. 
누구도 관심 갖지 않고 피하기 급급한 현실, 누구의 잘못인가.
무대책이 대책인 노숙자들은 죽음만이 답인 것인가.
미이민 120년, 한인 이민자들의 빛과 그림자가 짙다. 빛과 그늘을 생각해본다.
장 산 <탐사보도팀> 


모교 하버포드대에 350억원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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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모교인 미국 하버포드대학교에 2500만달러, 우리 돈 350억원을 기부했다. 
김 회장의 기부액은 하버포드대 설립 이후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하버포드대는 기부금을 ‘윤리적 리더십 인스티튜트(Institute for Ethical Inquiry & Leadership)’ 설립 및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윤리적 사고와 의식이 없는 리더십은 영혼이 없는 신체와도 같다”라며 “새롭게 설립되는 인스티튜트는 다양한 학문적 교류와 국제적인 참여를 통해 우리가 윤리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새롭게하고 글로벌 커뮤니티에서 윤리의식을 갖춘 리더십을 실천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김 회장은 7월 1일부터 하버포드대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한국계가 미국 대학에서 이사회 멤버로 활동한 경우는 있지만, 한인으로서 명문 대학의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는 것은 김 회장이 처음이다. 김 회장은 2005년부터 2017년까지 하버포드대 이사회 멤버로 활동한 바 있다. 
2021년, 2022년 2년 연속 미 포브스가 선정하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자선가로 선정된 김 회장은 지난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내 한국 미술 전시 및 교육 프로그램 강화 차원에서 한국국제교류재단, 삼성문화재단 과 함께 기부했고, 2022년 9월에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모던 컨템포러리 전시관인 ‘모던 윙(Modern Wing)’ 의 리노베이션을 위해 미화 1000만달러(약 138억원)을 기부했다. 
지난 2021년에는 서울 북가좌동 가재울중앙근린공원 인근에 들어설 시립도서관 건립을 위해 300억원을 사재 출연했다. 서울시 역사 상 개인 최대 규모 기부로 기부자 예우 차원에서 ‘서울시립 김병주도서관’으로 명명된 도서관은 2027년 상반기 완공예정이다. 
김 회장은 2007년 설립한 ‘MBK 장학재단’ 장학생에 대학교 4년간 학자금 전액을 지원하는 활동도 17년째 이어오고 있다. MBK 장학재단이 배출한 장학생들은 올해까지 총 202명에 이른다. 
아울러, 김 회장은 2010년 하버포드대 기숙사 건립에 전액 기부했으며, 또 다른 모교인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에도 꾸준히 후원하고 있다.

 

한 한인 노숙자의 죽음
공교롭게도 같은 날 신문기사에 LA 한인타운 한인 노숙자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왔다.
김요한 신부가 운영하는 셀터에서 5년 넘게 살다가 정부 연금을 받기 위해 길거리에 나섰다가 불과이틀만에 사망한 안태홍(65)씨.
마약 중독 이겨내고 자립 꿈꿨는데 갑자기 사망 소식에 망연한 김신부는 즉시 현장으로 갔다.
헐레벌떡 노슥자 텐트를 찾아간 김 신부는 비좁은 텐트 안에서 피를 토하고 쓰러져 있는 안씨를 발견했다. 김 신부는 곧바로 911에 신고를 했고 얼마 후 경찰과 응급대원들이 도착해 안씨를 살폈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사망한 후였다. 
현장을 조사한 경찰은 타살의 흔적이 없다고 결론지었고 안씨의 시신은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LA 카운티 검시국에 인계됐다.
안씨가 기거하던 노숙자 텐트 앞에는 추모하기 위해 김 신부가 세운 작은 빈소가 마련돼 있다. 작은 종이상자 위에 놓인 사진 속 고인은 환하게 웃고 있지만, 그을린 얼굴과 굵게 파인 주름에서 삶의 고달픔이 드러났다.
김 신부에 따르면 안씨는 이혼 후 가족과의 소식이 끊긴 상태다. 또한 미국 내에 일가친척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혼 후 안씨는 리버사이드 지역 기도원에서 10년 넘게 관리집사로 일하다가 알래스카로 주거지를 옮겨 페인트 일을 했고, 그러던 중 약물 중독에 빠지면서 LA로 와 노숙생활을 하다 5년여 전부터는 김 신부가 운영하던 셸터에서 생활했다.
안씨는 65세가 넘으며 소셜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되자 연금을 모아 자립하기 위해 셸터를 떠났다가 이틀 만에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어려운 처지에서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았던 안씨, 셀터에서도 정원을 가꾸고 궂은 일을 스스로 해낸 착한 사람이었다.
김 신부가 마련한 장례식에는 마음을 함께한 사람 몇몇이 참석해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노숙자 난제
LA 카운티의 난제인 노숙자 문제가 갈수록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이후 현재까지 노숙자 수는 4.1% 증가로 발표했는데, 실제 노숙자 수 증가 수치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측됐다.
LA 카운티 노숙자서비스관리국(LAHSA)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해 취소된 뒤 올해에도 1월에서 2월로 한 차례 연기됐던 카운티 노숙자 전수조사를 2월22일부터 나흘 간 실시한 끝에 2020년 이후 노숙자 수가 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올해 실시된 전수조사에서 LA 카운티 전역의 노숙자 수는 총 6만9,144명으로 지난 2020년 6만6,433명과 비교해 4.1% 늘어났다.
재니스 한 LA 카운티 수퍼바이저는 “이번 전수조사 결과는 실망스럽다”며 “현재 거리에서 거주 중인 수많은 노숙자들의 모습을 보면 노숙자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상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시기의 안전망이 종료됨에 따라 향후 몇 년 동안은 노숙자 수가 상당히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노숙자 중 절반 이상인 4만1,980명은 LA시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고, 이는 2020년에 비해 단 1.7% 증가한 수치다.

지난 한해 LA시 노숙자 900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사망원인을 살펴보면 678명(75%)이 사고사였으며, 40명(4%)은 살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60명(18%)은 자연사, 16명(2%)은 자살이 사인이었다. 건강 악화도 있지만 마약으로 사망도 많다.
노숙자 사망자 338명(73%)은 길거리, 프리웨이, 터널 등지에서 사망했다. 135명은 병원 시설, 70명은 차량, 48명은 주거시설, 38명은 텐트에서 사망했다.
자세한 사망원인 파악도 안되지만 수사나 조사도 미흡하다. 인력과 예산 타령이지만 세상은 무관심하다.
안씨 사망원인 역시 파악되지 않았다. 몇주, 몇 달후에나 나오겠지만 확인할 사람조차 없다.
피를 토하고 죽었고 텐트에 남은 것은 라면 두봉지였다.

인종별로는 히스패닉이 32%로 가장 많았으며 흑인 31%, 백인 30% 순이었다. 비가 많이 내려 날씨가 추운 1~3월에 노숙자 사망이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캐런 배스 LA시장은 “모든 죽음은 비극이며 우리는 숨진 노숙자들의 가족과 친지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배스 시장은 또 “우리가 집중해야 할 일은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며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노숙자 실태
한국도 홈리스는 있다. 유명한 서울역 홈리스를 비롯 지하철과 지하도 마다 라면박스를 깔고 신문을 덮고 누워있다.
해마다 동짓날이 되면 서울역 광장에는 ‘홈리스 추모제’가 열린다. 홈리스는 적절한 주거 없이 쪽방에서, 고시원에서, 거리에서, 시설에서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1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짓날은 홀로 외로운 밤을 보내는 홈리스의 하루와 정확히 닮아 있다.
한 겨울 서울역 광장 남쪽 계단에는 카펫 위에 432송이의 붉은 장미꽃이 깔린 ‘홈리스 기억의 계단’이 만들어졌다. 지난해에 432명의 홈리스가 집이 아닌 ‘비적정 거처’에서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이들은 아파도 제때 병원에 가지 못하고, 볼일이 있어도 공중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고, 새벽이 되면 차가운 길바닥에서 한뎃잠을 자야 한다. 가난에 내몰리고, 거리로 쫓겨난 홈리스의 존재는 ‘무연사’ ‘고독사’ 같은 죽음과 함께 세상에서 지워진다.
집 없이 스러져간 홈리스를 애도하고 기억하기 위한 추모제는 지닌해로 23년째를 맞았다. ‘2023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아래 추모제기획단)은 동짓날을 열흘 앞두고 서울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리스 인권과 복지를 촘촘히 보장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열흘간 ‘홈리스 추모주간’으로 선포하고 여러 행사를 진행한다.
보이지 않는 삶, 누구도 찾지 않는 죽음
홈리스의 죽음은 무연고사가 많다. 이들 상당수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거나 가족 관계가 단절된 채 거리와 시설에서 홀로 생을 마감한다. 
장례를 위해 어렵게 연락된 친인척조차 못간다는 답변이거나 절연한 상태라는 답변만 돌아온다. 결국 무연고 사망처리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는 제대로 된 무연고사 통계조차 없다. 2014년부터 국회에서 무연고 사망자 관련 자료를 요청할 때마다 보건복지부가 이를 취합해 제공하는 것이 전부다.
위만 바라보는 세상, 아래는 무시하는 세상,
부자와 공무원 그리고 권력자, 그들은 어디를 향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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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타운 노숙자 텐트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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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를 위한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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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신부(오른쪽)이 사망한 안태홍씨 텐트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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