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중국에서 몰래 들여온 원료로 서울과 강원도의 농가에서 920억원 상당의 ‘가짜 비아그라’를 제조해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기존 중국에서 몰래 들여오는 방식으로 유입되던 가짜 비아그라가 국내에서 직접 제조돼 판매한 정황이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 ‘가짜 비아그라’
제조·유통 24명 검거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계는 9일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약사법 위반 혐의로 총책 A(66)씨, 제조기술자 B(67)씨, 유통총책 C(61)씨, 제조·유통책 D(55)씨 등 일당 24명을 검거하고, 이 중 4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박명운 서울청 국제범죄수사 2계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서울광역수사단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기존에 중국에서 몰래 들여오던 가짜 비아그라를 국내로 원료까지 들여와 직접 제조해 판매한 일당이 검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밝혔다.
일당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중국에서 실데나필 등 비아그라 원료 물질과 의약품 설명서 등을 밀수해 국내에 마련한 제조공장에서 가짜 비아그라를 제조·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경찰은 총책 A씨를 비롯해 제조기술자 B씨, 유통총책 C씨, 제조·유통책 D씨를 지난달 강원도 평창, 부산, 제주 등에서 순차적으로 검거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나머지 판매책 등도 지난달 말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일당은 코로나19로 무역이 중단돼 의약품 밀수가 어려워지자 국내에서 직접 제조하면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중국에서 원료를 밀수해 직접 가짜 약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강원 정선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가짜 비아그라를 대량으로 생산했다. 경찰이 지난 6월 공범을 체포하는 등 수사망을 좁혀오자 서울 금천구에 사무실형 공장을 마련하고 가짜 비아그라를 제조해 유통했다.
◇ 일당 9억원 이익…
“가짜 비아그라, 심장 등에 무리”
일당은 소매상에게 가짜 약 1정을 약 233원에 유통했으며, 소매상은 시골 농가와 공사장 인부에게 1정당 최대 1000원에 판매했다. 가짜 약 일부는 시장이나 건강식품점 등을 통해 유통됐으며, 약 600만정은 시중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일당이 총 9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제조한 가짜 비아그라에는 일반인이 구별하기 어렵게 정품과 같은 ‘VGR100’ 식별 표시와 제조사명이 각인됐다.
앞서 경찰은 지난 1월 가짜 비아그라 제조·판매 관련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탐문수사 및 휴대전화 위치추적으로 강원 정선에 있는 비닐하우스 제조공장과 서울 금천구 사무실 내 공장도 특정했다. 지난 6월과 8월엔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박 계장은 “가짜 비아그라에 혈관 확장제인 실데나필의 용량이 과도하게 들어갈 수 있어 심장에 무리가 가거나 실명 위험 등 부작용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면서 “중국에서 원료를 공급한 조직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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