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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닮아도 너무 닮은 광주 5.18 미얀마 울린 18세 의대생 죽음 / 고문으로 숨진 24세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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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쿠데타는 33년만이다. 민주주의민족동맹(National League for Democracy)을 이끌던 국가고문 아웅산 수치는 1988년처럼 제일 먼저 대중의 눈에서 사라졌다. 민 아웅 흘라잉 장군이 정권을 잡으며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쿠데타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수많은 미얀마 시민들은 양푼, 냄비, 프라이팬을 들고나와 세차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망설임이 없었다.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일어선 미얀마 시민들은 쿠데타 세력의 어떠한 슬로건도 군부독재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영국의 식민통치가 남긴 상처가 아물기도 전인 1962년 미얀마는 첫 쿠데타를 경험했고, 2015년까지 군부독재 아래 있었다.

시위 사상자는 미얀마 군경이 양곤, 다웨이, 만달레이, 바고 등지에서 군중에 실탄을 발사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고 사무소는 설명했다. 또, 다웨이 지역 정치인 초 민 티께는 “경찰 발포로 다웨이에서 5명, 메익 7명, 바고 3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만달레이에서는 여성이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지는 등 3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시민들은 쿠데타 발생 이후 최악의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며 ‘피의 일요일’이라 칭하고, 총 맞은 시민 사진과 동영상을 속속 SNS에 올리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미얀마 “군정 종식” vs “총선 재실시” 막다른 대치

 

미얀마 쿠데타 이후 시위는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군부 쿠데타가 아직 ‘절반의 성공’에 그치면서, 양쪽이 정권의 향방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지난 2월1일, 미얀마 군부는 민주화운동을 주도해온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한 총선 결과에 불복해 전격 쿠데타를 감행했다. 그러나 대다수 민간 정당과 시민사회는 군의 헌정 파괴에 강력히 저항하면서 시위와 시민불복종 운동을 이어간다. 2월22일에는 미얀마 전역에서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총파업이 벌어지고 시민 수백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미얀마 시민들은 이날 시위를 ‘22222 혁명’이라고 불렀다. 2021년 2월22일에서 따온 말이다.

미얀마 시민사회는 앞서 1988년 8월8일 시작된 전국적인 군부독재 반대 시위(8888 민주화운동)가 군대의 무력 진압으로 한 달여 만에 최소 3천 명이 숨진 채 끝난 참상을 뼈아프게 새기고 있다. 미얀마 최대 도시이자 옛 수도인 양곤의 시민들은 등 외신에 “우리는 군정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우리 미래를 우리가 만들어가기를 원한다” “승리할 때까지 싸울 것이다” “(군부의) 강경진압을 우려한다. 그러나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라는 말들을 쏟아냈다. 두려움 속에서도 ‘8888 봉기’ 이후 33년 만에 다시 찾아온 ‘22222 혁명’이 또다시 실패로 끝나게 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묻어난다.

공무원까지 파업에 적극 가담하면서 철도 운행뿐 아니라 병원과 은행 업무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군부 최고 실권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2월23일 군정 최고기구인 국가행정평의회 회의에서 “미얀마 전체 병원 1262곳 중 357곳이 문을 닫았고 문을 연 병원도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다”며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 의료진은 공무원법으로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한 대학생(25)은 <로이터> 통신에 

“군부 쿠데타 이후 우리 삶에 희망이 사라졌고 꿈이 죽었다. 우리는 군부독재를 지지하는 교육 시스템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흰색 의사 가운에서 따온 ‘화이트 코트 혁명’을 외치는 의료진을 비롯해 상당수 전문직 종사자와 공무원도 시민불복종 운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양곤대학의 문을 봉쇄하고 학생들의 시위 진출을 막는 것으로 대응했다.

군부는 시위대에 일상 복귀를 촉구하지만 좀체 힘이 실리지 않는 모양새다. 선거 불복 쿠데타가 뜻밖에 강력한 저항에 부닥치면서 당황한 기색마저 엿보인다. 그렇다고 손에 자국민의 피를 묻힌 전과를 되풀이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8888 봉기 때와 달리, 지금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지 상황이 거의 실시간으로 바깥에 알려진다.

군부는 시위 주동자와 반체제 인사를 무더기로 체포하고 때때로 인터넷을 차단하는 것으로 대응한다. 타이에 본부를 둔 미얀마 망명자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2월24일 현재 미얀마에서 민주화 시위와 관련해 최소 728명이 체포돼 기소되거나 유죄 선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더욱이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NLD가 2015년 총선에서 대승하고 2020년 총선에서 또다시 싹쓸이에 가까운 압승을 거둔 것은 미얀마 민주화를 열망하는 시민들에겐 엄청난 자신감을, 군부엔 무시할 수 없는 압박감을 준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인도네시아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중국은 미얀마 상황을 안정시키려는 아세안 국가들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은 미얀마와 총연장 2200㎞ 길이의 국경을 맞댄 접경국이다. 중국에 미얀마는 인도양 진출의 교두보에 해당하는 지정학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중국이 그동안 미얀마와 군사협력을 강화해온데다, 이번 ‘미얀마 쿠데타 배후설’까지 나도는데도 미얀마 군부를 비난하지 않고 모호한 태도로 상황을 지켜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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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선거 결과도 무시” 우려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가 외부 지원을 받아 쿠데타를 정당화하려 한다며 반발한다. “아세안의 책임(의 대상)은 미얀마의 군 장성들이 아니라 미얀마 국민에게 있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 매체는 “미얀마 군사정권이 선거를 실시하면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을 것임을 역사가 보여준다”며 “설령 자유선거가 치러지더라도 결과가 무시될 수 있다. 미얀마 주변국들과 국제사회는 이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엔, 주요 7개국(G7), 유럽연합(EU) 등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미얀마 군부에 대한 비난 결의와 경고를 잇달아 내며 군부 퇴진을 압박한다. 미국은 미얀마의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비롯해 쿠데타를 주도한 군부 인사 12명을 미국 내 자산 동결, 입국 금지 등 제재 명단에 올렸다. 2월24일(현지시각)엔 미국의 글로벌 소셜미디어 기업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도 미얀마 군부의 플랫폼 이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 명분으로 삼은 ‘부정선거’ 주장을 확산하는 데 페이스북을 적극 활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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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머니들이 전남도청 앞에서 지지 시위를 하고 있다

 

 

목숨 건 시위대 결사항쟁

연일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시위대의 팔뚝에 비장한 결의가 담긴 문구가 적힌 모습이 늘어나고 있다. 현지 소셜미디어(SNS)에는 미얀마 전역에서 진행된 ‘22222(2021년 2월22일을 의미) 총파업’ 시위에 참여하기에 앞서 일부 시위대가 팔뚝에 혈액형과 긴급 연락처 등을 적은 모습이 다수 올라왔다. 한 시위 참가자의 팔뚝에는 ‘엄마, 사랑해’(Love you Mom)라는 글귀도 적혀 있다.

네티즌들도 “미얀마 시위대는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다가 부상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때 또는 심지어 죽을 때를 대비해 팔뚝에 혈액형과 긴급 연락번호를 적어야 한다”고 SNS에 언급했다.

반(反) 쿠데타 시위에 나갈 경우, 군경의 총격에 심하게 다치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목숨을 잃을 각오까지 해야 한다는 미얀마 국민의 비장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네티즌들은 댓글에서 “가슴을 울리는 사진”이라고 했고, 다른 외국인 네티즌도 “이 사진은 내 가슴을 아프게 하면서도 용기를 갖게 해준다”고 공감을 표했다.

 

<데이빗 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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