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 드러나는 예고된 인재 참사, 무방비 용산에 10만 인파 몰려 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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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해밀톤 호텔 옆 좁은 내리막길 사고 현장
예고된 참사, 무방비 도시 경비 허술
3년만에 ‘노마스크’ 핼러윈 십만명 운집
좁은 골목서 뒤엉켜 여성 피해 커
세월호 이후 최악 인명사고 참사
CCTV, SNS, 드러난 참사현장 증거
5만명이나 10만명이 모인 공연장이나 경기장에는 반드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경비나 경찰 인력이 필요한 만큼 상주해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3년만에 열린 이태원에는 그러하지 못했다. 그래서 참사가 발생했고 참사 이후 의료진과 경찰이 접근조차 못해 구조의 골든 타임마저 놓쳤다.
당시 이태원에는 10만명의 인파가 모이면서 골목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행인으로 가득 찼고, 3미터 남짓 폭의 골목에 한 순간에 대열이 무너지면서 산사태 같이 사람들이 몰려 쓰러지면서 참사가 났다. 얼마든지 예상될 수 있는 사태였다.
좁은 골목에 밀집한 사람들이 넘어지면서 밑에 깔린 사람들은 산소부족과 호흡 곤란 상태가 되었고 심신은 짓밟히기 시작했다. 즉각 위로 끄집어 올려 심폐소생이 필요했지만 구급차량과 구조 인력이 진입조차 할수 없었다. 치안 공백 상황이 불러온 인재가 된 것이다.
결국 대형 참사로 이어졌고 정부는 대응 3단계가 발령되었다. 때늦은 조치가 되었다.
참사 후 시간이 지날수록 이태원에 설치된 CCTV 영상과 SNS의 사고 당시 현장 동영상 증거와 사고 경위가 드러나고 있다.
참사 이모저모를 취재했다.
강 산 <탐사보도팀>
사고 직후부터 밤사이 SNS 등에는 사고 현장에서 목격자들이 촬영한 영상이나 사진들이 실시간으로 흘러 넘쳤다. 구급요원들이 집단으로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영상이라든가, 심지어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시신들이 바닥에 눕혀져 있는 충격적인 사진들도 적지 않았다.
그 동안 국내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대규모 압사 사고인데다 특히 세월호 참사, 코로나19 대유행 등 국가적 재난까지 이어진 상황에서 SNS라는 새로운 수단을 통해 현장 모습이 시시각각 전해지면서 국민의 충격을 더욱 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망자 156명 중 100명은 여성, 56명은 남성으로 확인됐다.(31일 오전 6시 기준) 폭 4m 정도의 좁은 길에서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뒤엉켜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아 버티는 힘이 약한 여성의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사망자는 14개국 26명으로 집계됐다. 국적은 이란(5명) 중국·러시아(각각 4명)·미국·일본(각각 2명), 프랑스·호주·베트남·우즈베키스탄·노르웨이·카자흐스탄·스리랑카·태국·오스트리아(각각 1명) 등이다.
당시 현장이 설명한 참사들
해밀턴 호텔 옆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마치 산처럼 쌓인 인파 앞에서 구조대원들이 제일 아래 사람을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10초짜리 영상도 나왔다.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는 참사가 벌어지던 그 시각에도 이태원역을 통해 계속 유입되고 있었다. 참사가 벌어지지 않았다면 정도의 차이일 뿐 아마 밤새도록 그런 유입과 퇴장이 계속됐을 것이다. 이태원이라는 공간을, 핼러윈 기간을 경험해 본 이라면, 무엇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조금 주춤했다 하더라도 수년째 계속 커져 온 축제 상황을 지켜본 서울시나 용산구, 용산경찰서 담당자들은 모를 수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참사가 벌어졌다. 그리고 30일 새벽, 사망자가 발표됐다. 처음 2명이 던 사망자는 새벽 3시를 넘기자 130명까지 늘어나 있었다. 참담했다. 안타깝게도, 세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니 사망자는 150여 명으로 불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러게 왜 이태원에 놀러 갔느냐’라며 피해자들 탓을 하거나 경찰이나 행정 당국 책임이 아니라는 목소리를 누가 납득할 수 있을까.
구조에 나선 한 일반인의 설명을 들어보자.
이태원 한 업소 직원 A씨는 참사 현장에서 밤새도록 벌어진 시신 수습과 인명 구조 상황을 세세하게 전했다.
A씨는 쓰러진 사람들을 발견한 직후 경찰과 소방대원들을 도와 시신을 옮기는 일에 나섰다.
29일 오후 10시 15분부터 이튿날 새벽 두세 시까지 업소 관계자와 행인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시신을 옮기는 등 구조작업을 도왔다.
‘사망자 154명, 중상자 33명, 경상자 116명’이라는 대형참사를 빚은 현장에 경기·강원 등 타지역 119구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일손과 장비가 모두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폭이 3.2m에 불과한 경사진 골목에서 산 사람과 이미 숨진 사람들이 뒤엉켜 겹겹이 깔려 있는 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A씨는 “몇 시간 동안 시신을 계속 나르면서 ‘한 명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는 생각 말고는 할 수 없었다”라며 “영화 속에서나 보던 재난, 재앙이 눈앞의 현실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시신들 아래 깔린 한 분이 ‘살려달라’고 막 소리를 지르는 것을 발견해 바닥에서 겨우 꺼내드리기도 했다”면서 “한 명이라도 살릴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그날 인파가 얼마나 몰려들고 있었는지를 설명하며, 예견된 인파에 비해 안전에 대한 대비는 부족했음을 지적했다.
“사고가 난 골목은 지하철 이태원역 1번 출구 바로 앞이다. 저녁때부터 이미 이태원역은 1번 출구까지 올라오는 데만 20분 넘게 걸릴 정도로 사람이 몰려들고 있었다”고 말했다.
관할 용산경찰서는 핼러윈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 경찰기동대 200명을 마약 단속 등 치안 위주로 배치했다.
A씨는 “ 초반에는 경찰들이 통행을 정리하려고 하긴 했었지만 너무 적은 인원이다 보니 불가항력이었다”고 덧붙였다.
“사고 초기 소방대원들이 도착해 CPR을 하고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것을 핼러윈 퍼포먼스로 생각했던 것은 사실”고 기억했다.
특히 20대 남성인 A씨는 자신의 또래들이 주로 희생됐다는 점에서 인터뷰 내내 “너무 안타까웠다”는 말을 반복했고, “나뿐만 아니라 거기 있던 모든 사람이 모두 ‘살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나 돼서 움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나는 영웅담을 얘기한 게 아니다”라며 끝내 신분을 밝히지 않았고 사진 촬영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안전 소홀 정부와 지자체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한 지자체와 경찰 등 행정당국의 책임이 크다. 이미 수만, 수십만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 왔던 만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만의 행사에 더 철저한 대비와 대응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태원 참사가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됐을 문제가 아니다”라며 “경찰 병력의 상당수를 광화문 집회에 배치했다”는 취지의 변명을 늘어놨다. 마치 정부의 책임은 일절 없다는 뜻처럼 비춰지는 이 같은 발언에 공감할 피해자 유족들이,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반면, 소셜 미디어상에서는 근 10년간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지켜봤다는 용산구 주민의 글이 공감을 얻고 있다. 안전을 위해 이태원에 투입한 경찰 인력이나 사전 조치도 미흡했을 뿐더러 도로 개방이나 폴리스라인, 지하철 무정차 등 행정력 미흡을 꼬집는 화면과 글이 넘쳐난다.
특히 좁은 골목에 방치된 노점상들도 사고를 키웠다는 주장은 얼마나 행정력이 미흡했는가를 반영한다.
대통령 이하 이번 대참사에 책임을 져야 할 주요 인사들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이태원에서 핼러윈 축제가 열렸던 것이 하루이틀이 아니다. 매년 열리던 축제 바로 그 자리에서 대참사가 일어났는데 행정당국의 책임을 따지지 않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번 사고를 통해 예방의 중요성을 절감했다”며 “예방을 철저히 했더라면 이번 사고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태원 압사 사고와 관련해 “사고의 조속한 수습과 재발 방지를 위해 경기도에서도 모든 노력을 쏟겠다”고 밝혔다.
전국민 트라우마 치료 필요
이태원에서 벌어진 압사 참사의 현장의 영상·사진이 소셜미디어(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여과 없이 전파되면서 희생자·유가족뿐 아니라 전 국민의 트라우마가 우려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참사가 발생한 장소는 이태원동 중심에 있는 해밀톤호텔 뒤편인 세계음식거리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는 대로로 내려오는 좁은 골목길이다. 해밀톤호텔 옆 좁은 내리막길로 길이는 45m, 폭은 4m 내외다. 성인 5∼6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다. 넓이로 계산하면 55평 남짓에 불과하다.
참사가 벌어지기 직에는 통행인들이 자발적으로 우측통행을 하기도 했으나 어느 순간 골목이 수용할 수 있는 이상의 사람이 몰리면서 혼란이 빚어졌다. 인파에 휩쓸려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자신의 의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밀려서 골목길을 오르내리는 상황으로 변했다.
현장에 있었으나 참변을 피한 생존자들은 공통으로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상황에 있다가 갑자기 누군가 넘어지면서 대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대부분은 사고가 일어난 시점이나 결정적 계기를 특정하기보다는 그저 “순식간이었다”고 표현했다.
신고를 받은 구급대는 약 2㎞ 거리로 멀지 않았지만 인파를 뚫고 구급대가 응급 환자에게 도착하는 데 평소보다 오래 걸렸다.
또 심정지, 호흡곤란 환자가 300명 가까이 나오면서 1대1로 해야 하는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구급 대원도 턱없이 부족해 전문적이지 않은 시민들까지 가세해야 했다.
쏟아진 사고 당시 장면들
사고 직후부터 밤사이 SNS 등에는 사고 현장에서 목격자들이 촬영한 영상이나 사진들이 실시간으로 흘러 넘쳤다. 구급요원들이 집단으로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영상이라든가, 심지어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망가진 시신들이 바닥에 눕혀져 있는 충격적인 사진들도 적지 않았다.
그 동안 국내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대규모 압사 사고인데다 특히 세월호 참사, 코로나19 대유행 등 국가적 재난까지 이어진 상황에서 SNS라는 새로운 수단을 통해 현장 모습이 시시각각 전해지면서 국민의 충격을 더욱 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디어 사용을 줄이고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문의들은 “사고와 관련된 내용을 무섭고 두려워하면서도 찾아보게 되는 것이 사람의 심리”라며 “사고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도 계속해서 미디어를 통해 관련 소식을 접할 경우 현장 상황이 생생하게 느껴지면서 목격자 못지않은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또 “이제는 미디어 사용시간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망원인 의문점
1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현장에서 구호 활동을 펼친 의료진은 대다수 사망 원인을 ‘질식에 의한 외상성 심정지’로 보고 있다.
의료진들은 “대규모 인파의 압력에 의한 압사 사고여서 구조에 나섰을 당시 이미 상당수가 심폐소생술(CPR)에도 깨어나지 못할 정도로 질식해 사망한 상태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압사 사고와 같은 대규모 재난에서 가장 중요한 응급의료 지침은 회생 가능성이 심정지 상태까지 가지 않은 사람, 즉 회생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우선 살리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미 질식으로 저산소성 뇌 손상이 온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응급조치의 한계가 컸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질식사 외에도 내부 장기 파열로 인한 사망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견디기 힘든 압력이 갑자기 복부 쪽에 가해지면서 내부 장기가 파열돼 과다 출혈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내부 장기 파열이 일부 있었을 수 있지만, 최종 사인으로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장기 파열과 질식이 가장 큰 사망 원인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외상성 질식은 30초 정도면 의식이 없어지고, 이 상태에서 6분여가 지나면 회복할 수 없는 뇌 손상을 입지만 장기 출혈은 호흡이 이보다 더 이어지는 특성이 있다”면서 “숨을 쉬기 어려운 정도의 지속적인 압력에 의한 외상성 질식이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이에 장기파열이 더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989년 영국의 축구경기장에서 96명이 사망한 원인이 2021년에서야 비로소 ‘압박 질식사’로 최종 확인된 연구논문을 제시하며 이번 사고도 이와 유사하다고 언급했다.
“호흡을 지속하려면 흉강과 복강 사이에 있는 횡경막과 호흡근 등이 압력을 지속해서 버텨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근육이 약한 사람들은 사망위험이 더 커진다”면서 “이번 참사에서 상대적으로 여성 사망자가 더 많았던 점은 장기출혈보다 질식의 영향이 더 컸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구조 당시 대다수에서 이미 심정지가 왔다는 것은 짓눌리는 압력으로 흉강이 팽창이 안 되면서 산소 공급이 끊겨 저산소증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대규모 재난에서는 미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 군중이 모이는 행사에서는 여러 통행로를 미리 확보해 압사 같은 사고를 미연에 막는 게 최선”이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규모 군중 행사의 안전대책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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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때 연락두절된 아들에 관한 소식을 전하는 미국인 부친의 트윗
미국인 스티븐의 참사
스티븐은 최근 중간고사를 마치고 토요일 밤을 맞아 친구들과 놀러 나갔다가 핼러윈 축제에 가게 됐다고 부친은 전했다. 친구들 중 몇 명은 인파를 피해 미리 빠져나갔으나 아들은 그러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블레시는 “이 모든 일이 벌어지기 30분 전쯤 아들에게 문자를 보내서
‘네가 밖에서 돌아다니는 것을 다 안다. 안전하게 다녀라’라고 했다. 하지만 답장은 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스티븐은 여행과 농구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들이었다고 블레시는 밝혔다. 스티븐과 장남 모두 보이스카우트 최고 영예인 ‘이글스카우트’였다고 한다.
블레시는 “모험심이 강하고 외향적이며 다정한 성격이었다”면서
“그를 잃은 것을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스티븐 블레시 외에 이번 사고로 숨진 두 번째 미국인의 신원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부모는 지난 8월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아들을 애틀랜타 공항에서 눈물로 배웅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나는 아들과 사진도 찍었다. 국제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은 아들은 동아시아에서 커리어를 쌓고 싶어했다는 것이 부친의 전언이다.
압사사고 현장에서는 사망자들이 특정 건물 1층 공간에서 차례로 이송되고 있다.
해밀턴호텔 인근 도로에 사고를 당한 이들이 미처 챙기지 못한 소지품들이 곳곳에 쌓여 있다.
사고 현장 골목 앞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다발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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