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틀 | 악과 정의 공간 정당한 응징은 정의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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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과 정의 그리고 중간지점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과연
정의 실현 어떻게 확신하는가
‘방구석 혐오세력들’이 열광할
‘메시아 탄생’ 푸닥거리 공들여
K-컬처 무게감, 넷플렉스 인기작
한인타운에 한인 자경단이 활동한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유독 범죄율이 높은 LA에서도 가장 높은 우범 지역이 된 한인타운, 불의와 정의가 혼재한 사회.
정치판 역시 악과 정의를 외치며 지지를 호소하고 국민의 시선에도 그어진 선 이쪽과 저쪽에 선과 악으로 나뉘고 있다.
평범한 삶속에 정의와 불의가 존재하는 시간과 장소는 어느 정도일까.
두 사이에서 갈등하지 않고 순탄한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살인자ㅇ난감’이 공개된 지 2주가 넘었지만 여전히 화제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반응도 뜨겁다.
K-컬처의 위력이다.
이 드라마는 2010년에 나온 웹툰이 원작이다. 웹툰의 명성이 높았기에 드라마화에 기대가 높았다. 이창희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과 최우식·손석구·이희준을 비롯해 각 배역을 열연한 캐스팅된 배우들이 호연을 펼쳤다.
‘살인자ㅇ난감’은 기존의 ‘자경단 장르물’의 현대적 감각과 독특한 전개의 드라마다.
드라마는 ‘정의’의 문제와 응징이 음험하게 교차하는 ‘광신자들’의 궤적이기도 하다.
웹툰 공개에서부터 독특한 사건 전개와 정의에 대한 문제 제기가 참신하다는 평을 듣는다.
이런 상찬은 원작의 몫이다. 드라마 역시 인물과 사건을 원작에서 충실히 가져왔다. 다만 원작 웹툰보다 드라마이다보니 연출과 연기로 표현할 여지가 많았다.
K-컬처에 맞게 감각적인 연출과 편집이 눈에 띈다. 특히 과거와 현재를 교차 편집하는 방식이나 사물 연결 편집, 슬로 모션, 판타지 장면의 삽입 등은 손꼽을 만하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기교보다는 묵직한 주제에 대한 접근이다.
평범한 대학생 이탕(최우식)이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였는데, 마침 그가 악인이었고 증거도 모두 사라진다. 이런 기막힌 일이 심지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불가사의한 행운의 연속이다.
그리고 극의 단순함에서 복합구조를 위해 조력자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이탕에게 해커 노빈(김요한)이 나타나 “정의를 실현할 영웅”이라 치켜세우며 조력자를 자처한다. 이탕은 확신을 가진 영웅처럼 악인들을 처단한다.
하지만 송촌(이희준)의 등장으로 흔들린다. 송촌은 과거 노빈과 함께 ‘정의를 실현할 영웅’으로 활동하였다가 노빈에게 버림받았다. 오랫동안 송촌을 쫓던 장난감(손석구) 형사가 이탕과 노빈의 ‘영웅놀이’를 눈치채고 집요하게 쫓아온다. 네명이 마지막에 한자리에 모여 끝내기 혈투를 벌인다.
참으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닌가. 일단은 기묘한 살인 사건이 반복 등장하는 스릴러물로 보기에 재미있다. 우연이 반복되는 부조리 극처럼 묘한 아이러니 판이 전개된다.
특히 시각장애인이 등장하는 장면은 블랙코미디적인 낯선 쾌감이 한 가득하다. 다른 곳에서 사용한 기시감이 있지만 비극과 희극이 교차하는 등장이다.
영웅들이 왜 등장해야 하는지, 어떻게 등장해 활약하는지,,,
‘배트맨 비긴즈’(2005)가 나약한 개인이 어떻게 영웅으로 거듭났는지 그 시작을 보여주었던 것처럼, 아직은 아닌 영웅의 프리퀄(전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배트맨’이나 ‘모범택시’ 같은 장르가 고민해야 하는 근본적인 주제 의식인 ‘법을 초월한 정의’의 문제, 즉 ‘영웅은 자신이 정의를 실현한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의 문제에 깊이 파고든다
정의는 과연 올바른 정의였을까.
여러 곳의 정의는 어디를 향하는가.
네 인물, 이탕·노빈·송촌·장난감은 각자의 정의를 대표한다. 장난감 형사는 공권력을 대표한다.
이 대목에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떠오른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믿기에, ‘영웅놀이’를 하는 이들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하지만 그도 모순이 있다. 송촌을 쫓는 이유가 개인적인 원한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장난감은 경찰이었던 아버지를 식물인간으로 만든 송촌을 용서할 수 없다. 장난감은 어머니의 불륜 상대로 송촌을 오해하였다. 원작에서는 장난감이 아버지를 강직한 경찰로 오랫동안 믿고 존경해왔음이 강조된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부자 관계가 살갑지 못했음이 표현되어 있을 뿐이다. 또한 송촌이 죽기 직전 말해준 장난감 아버지의 비리 혐의가 원작에서 더 극악하다. 게다가 원작에서는 어머니의 진짜 불륜 상대가 장난감이 아버지처럼 따르던 이였다.
가족의 파괴는 불륜에서부터이고 모래알 흩어지듯 모든 것은 부서진다.
즉 원작에서 밝혀지는 장난감의 가족사가 더 파국이다. 이는 장난감이 그토록 믿었던 ‘아버지의 법’의 세계가 철저하게 붕괴되었음을 납득시킨다. 그리고 장난감이 송촌을 쏴 죽이는 행위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장난감의 지론은 살인과 함께 무너진다. 장난감은 자신의 정당방위를 소명하지 않고 경찰을 그만둔다. 드라마는 장난감으로 상징되는 ‘법에 의한 정의’가 그의 가족사에서 보듯 원래 취약한 것이고, 결국 완전히 파탄 나는 결말을 보여준다.
송촌은 ‘힘에 의한 정의’이다. 과거 형사였던 시절에 수사하던 감과 실력으로 수사를 한다. 윽박지르고 고문하여 자백을 받아낸다. 그리고 죽인다. 죄 없는 사람을 죽이면 어떻게 하냐고? 많은 일을 하다 보면 실수도 있기 마련이다. 노빈이 죽일 놈들을 찍어줄 때는 편했다. 하지만 너무 잔혹하고 무분별하게 사람을 죽인다고 노빈의 버림을 받은 뒤, 장난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어 혼자 활동 중이다. 그러다 보니 걸리는 대로 온갖 자잘한 악인들을 다 죽이고 있다. 진짜 악인을 죽인다는 확신이 없기에, ‘반성문’을 받아 위안 삼는다. 그에게 이탕의 출현은 근본적인 회의감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다. 어떻게 알짜 악인들만 그렇게 골라 죽일 수가 있는가. 노빈의 새 낙점을 받았다는데, 그는 무엇이 다를까. 무엇보다 송촌에게는 없는 바로 그 ‘확신’이 이탕에게는 있는 걸까.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기준이 뭐냐고. 어떻게 ‘확신’하냐고. 그리고 제안한다. 자신과 함께하지 않겠냐고. 송촌은 강한 것 같지만 확신이 없기에 취약하다. 엄청난 근력을 발휘하지만 당뇨와 고혈압 등 내과 질환을 앓는다. ‘힘에 의한 정의’가 속 빈 강정이라는 환유다.
정의란 무엇인가
원작은 ‘영웅은 자신이 정의를 실현한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아무도 답할 수 없다’는 회의론을 보여준다.
장난감과 이탕의 대립 구도에서 둘을 철저하게 붕괴시키며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
드라마는 노빈에 의해 지지되고, 송촌에 의해 반증되는 이탕이 마지막까지 장난감의 총알과 법망을 피해, 즉 ‘신의 가호를 받아’ 우리 곁으로 돌아오는 결말을 보여준다.
결국 늘어난 노빈과 송촌의 분량은 모두 이탕이라는 영웅 탄생을 위한 푸닥거리였다. 노빈은 그의 소명을 일깨우는 세례자 요한으로, 송촌은 그를 시기하고 대적하고 시험하는 사탄으로 등장하는 셈이다.
드라마의 포스터에 걸려 있는 카피 ‘신이 내린 영웅인가, 심판받을 악인인가’에서 드라마는 ‘신이 내린 영웅’ 쪽으로 균형추가 꽤 기울어진 상태이다. ‘신적 권능’이라는 종교적인 주제와 메타포 없이 진행한 점도 점수를 보탠다.
돌아온 이탕(탕아)이 어머니가 교회에 가는 눈길을 몰래 쓸어놓았음을 암시하는 장면이 거룩하고 성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제 돌아온 이탕에게는 노빈도 없다. 오직 자신의 육감과 확신만 믿고 가야 한다. 자신의 행동을 영웅으로 믿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와는 또 다른 위험성을 내포한다. 그들이 노빈의 열등재인 ‘방구석 혐오세력’과 결합하여 메시아적인 열정에 휩싸일 때, 자경단이 아닌 테러리스트가 태어난다. ‘살인자ㅇ난감’에 겹치는 정의의 정의(正義의 定義), 이제야말로 사회적 담론이 필요한 때이다.
<심 언의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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