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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 만연한 성추행 사건들

admin 2020.01.20 18:05 조회 수 : 7

타이틀 <올인원뉴스> 한방에 정리한 검찰 성추행 파문의 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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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위 간부의 성추행을 폭로한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가 검찰 조직에 만연한 여성 검사에 대한 차별과 검사 생활을 하면서 겪은 또 다른 성폭력 경험들을 밝혔다.

서 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글의 마지막 부분에 소설 형식으로 덧붙인 글을 보면 그가 일상적으로 겪은 또 다른 성폭력 경험들이 나온다.

또 이 글에서 “회식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밤이면 ‘나 외롭다. 요즘 자꾸 네가 이뻐 보여 큰일이다’라고 말하던 유부남 ㄱ선배, ‘누나 저 오늘 집에 들어가기 싫어요, 한번 안아줘야 차에서 내릴 거예요’라고 행패를 부리던 유부남 ㄴ후배, 노래방에서 분위기 못 맞춘다는 말을 피해보려 열심히 두드린 탬버린 흔적에 아픈 손바닥을 문지르고 있는데 ‘네 덕분에 도우미 비용 아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던 부장, ‘잊지 못할 밤을 만들어줄 테니 나랑 자자’ 따위의 미친 말을 지껄여대더니 다음날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던 유부남 ㄷ선배 따위가 있기는 했지만 … 그럴 때마다 할 수 있는 일은 아랫입술을 꾸욱 꾸욱 깨무는 것뿐이었다”고 썼다. 

검찰 조직 내에 만연한 여성 검사에 대한 차별도 털어놨다. 

그는 “‘여성은 남성의 50%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인정받으려면 (남성보다) 2배 이상 열심히 해야 해’라고 말하는 부장보다 그 옆에서 ‘옳으신 말씀이야, 새겨들어’라고 말하던 바로 윗선배의 모습이 더욱 폭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올해부턴 여검사가 100명이 넘었다니 우리 회사 앞날이 큰일’이라며 혀를 끌끌 차대는 상관과 선배들 때문에 ‘나 하나 잘못하면 여검사 전체를 욕먹게 한다’는 생각에 아무리 모욕적이어도 이를 악물었다”고도 했다.

이어 “큰 청에서 성폭력 사건 전담할 검사가 여자밖에 없다고 해 만삭 상태에서 변태적인 성폭력 사건을 조사해야 할 때도, 나이트클럽에서 여성을 모텔로 떠메고 가 강간을 한 사건에 대해 ‘여성들이 나이트를 갈 때는 2차 성관계를 이미 동의하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강간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부장이나, ‘내가 벗겨봐서 아는데’ 식으로 강간 사건에 유달리 관심을 보이는 부장 앞에서도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 한번 받기도 어렵다는 장관상을 2번 받고, 몇 달에 한 번씩은 우수 사례에 선정돼 표창을 수시로 받아도 그런 실적이 여자의 인사에 반영되는 일은 별로 없었다”면서 “여자의 실적이 훨씬 좋은데도 여자가 아닌 남자 선배가 우수검사 표창을 받는다거나, 능력 부족으로 여자가 80건이나 재배당 받아 사건을 대신 처리해줘야 했던 남자 후배가 꽃보직에 간다거나 하는 일이 종종 일어날 때도 여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2010년 10월, 부친상을 당한 동기의 장례식장에서 였습니다. 

[서지현/검사 : 법무부 장관님이 앉아계셨고 바로 그 옆자리에 안 모 검사가 앉아 있었고, 제가 바로 그 옆에 앉게 되었습니다.]“누군가 장관 옆자리에 앉으라며 팔꿈치를 밀었다”고 서 검사는 기억합니다. 

“기수와 상관없이 높은 양반 옆 중앙 좌석에 여성을 앉히는 일은 거의 언제나 있는 일이었다”고 설명합니다. 

당시 장관의 수행검사로 동석한 안태근 전 검사는 서 검사에게 몸을 기대기 시작합니다. [서지현/검사 : 옆자리에 앉아서 허리를 감싸 안고 엉덩이를 쓰다듬는 행위를 상당 시간 동안 하였습니다. 안 모 검사가 술에 상당히 취해 있었고요.] 법무부 장관 뿐 아니라 동료 검사들이 많았지만 말리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서지현/검사 : 노래방에서 유독 여검사들에게 신체 접촉을 많이 하는 남자 검사가 있었는데, 문제 삼은 여검사에게 ‘일을 잘 하는 남자 검사 발목 잡는 꽃뱀이다’라고 얘기를 했다는 것을 전해 들었습니다. 많습니다.] 이뿐 아니라 서 검사는 언어적인 성폭력이 일상에서 자주 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서지현/검사 : 모 여검사에게 어떤 부장이 키스를 했는데 그 상황을 본 다른 남자검사가 ‘부장을 유혹하는 꽃뱀이다’ 라고 하였다고…]

종종 도를 넘는 표현들이 많아 수치스러웠던 기억들입니다. 노래방 회식자리에서 “덕분에 도우미 비용을 아꼈다” 는 얘기를 듣거나, 유부남 선배에게 “잊지 못할 밤을 만들어줄테니 나랑 자자”는 제안까지 받았다는 겁니다.

심지어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부장 검사가 “여성들이 나이트를 갈 때는 2차 성관계를 이미 동의하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강간이 아니다” 라고 하거나 “내가 벗겨봐서 안다”는 발언을 했다고 전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불거진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서지현/검사 : 성폭력 사건 있거나 성추행, 성희롱 하는 남자 검사들이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고 문제가 되면 그냥 사표를 내고… 어떤 경우는 검사 게시판에 사직 인사까지 올리고 나가신 경우도 있습니다.]

 

검찰내 성추행 오랜 농담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폭로로 불거진 2010년 10월 성추행 사건에 대해 서 검사를 상대로 한 피해자 조사를 시작으로 진상조사에 나섰다. 대검은 서 검사가 방송에서 밝힌 별개 사건인 검찰내 성폭행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서 검사는 방송 인터뷰에서 “(검찰 내에서) 성추행, 성희롱 뿐 아니라 사실은 성폭행도 이뤄진 적이 있으나 전부 비밀리에 덮었다”며 “성폭행은 강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피해자가 (따로) 있고 제가 함부로 얘기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더 이상의 언급은 삼갔다.

만약 실제로 검찰내 성폭행 사건이 있었음이 드러난다면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까지도 가능할 전망이다. 

성폭행 사건의 경우 형법상 강간죄는 공소시효 10년, 강간치상의 경우 공소시효가 15년에 이른다.

그러나 서 검사의 2010년 성추행 사건의 경우 범죄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가해자에 대한 형사 처벌은 어려울 전망이다.

 성추행은 2013년 이전까지 형사소송법상 친고죄여서 고소할 수 있는 기간이 6개월에 불과했다. 

또 서 검사가 가해자로 지목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경우 이미 퇴직한 상태여서 내부 징계 역시 쉽지 않다. 다만 서 검사가 주장한대로 실제로 인사상 불이익이 있었다면 이에 관여한 현직 검사 또는 법무부 직원에 대해선 징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법무부는 이날 “2015년 인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충분히 살펴봤으나, 아무런 문제점을 기록상 발견하지 못했다”며 “서 검사는 근속기간이 경과되지 않아 금번 상반기 평검사 인사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서 검사는 2014년 4월 검찰총장 경고를 받고 2015년 당초 예정된 곳과 다른 통영지청으로 갑자기 발령을 받은 게 ‘보복인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 전 국장은 2013년 검사장급인 법무부 기획실장을 역임했고, 2015년에는 검찰 인사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검찰국장을 지냈다. 서 검사는 법무부장관 표창을 2회 수상하고, 대검 우수사례에 선정된 경력이 있다. 

 

엘리트의식이 

패악, 감싸기, 일단덮기

 

자정기능을 상실한 검찰 권력의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검찰이 전방위 적폐청산의 주역으로 활약하면서 잠시 가려졌던 ‘대수술’의 필요성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공수처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권력기관 개혁 1호 공약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 여성 의원 9명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성범죄를 해결해야 할 검찰 조직이, 의혹을 덮고 피해자에게 인사 불이익을 남용했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성역 없이 수사하기 위해 공수처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직 여검사의 용기 있는 ‘미투’를 응원한다”고 밝혔다. 

국회 사개특위 여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도 이날 트위터에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한 인물들 모두 검사(출신)들”이라며 “공수처가 답 아닐까요”라고 했다. 

이 사안이 성추행 단일건에 대한 진상조사·처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 식구 감싸기, 사건 덮어버리기, 표적 인사 불이익, 폐쇄적인 상명하복 조직문화 등 ‘곪아터진 검찰’로 지적되는 행태들이 집약돼 있다고 여권은 지적한다. 

검찰개혁의 당위성과 명분을 제공하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서 검사 성추행 피해 사건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청원 제출자는 “2010년 당시 성추행한 법무부 간부 안태근 검사와 사건을 알고도 덮어버린 최교일 검찰국장(현 자유한국당 의원)을 조사해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공수처 문제는 국회가 지난달부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및 산하 검찰개혁소위를 가동하면서 여야 협상 테이블에 올라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보이콧’에 가까운 저항에 막혀 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 등은 공수처를 ‘좌파 검찰청’ ‘정권의 맹견’으로 비유하며 논의조차 거부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서 검사 폭로로 한국당은 무턱대고 “공수처 결사반대”만을 외치기에는 입장이 옹색해졌다. 자당 소속 최교일 의원이 당시 사건을 덮어버린 장본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사건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고 무마하거나 덮은 사실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한국당으로서는 ‘적폐 방탄정당’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서라도 공수처 논의에 발을 담글 수밖에 없는 형편으로 내몰리고 있다. 

더구나 2월 임시국회는 6·13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의 ‘어젠다 선점’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 한국당도 어떤 식으로든 검찰개혁 방향을 내놔야 하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도 검찰개혁 

가속 요구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고소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린 장차관 워크샵에서 최근 검찰 내 고위 간부의 성추행 사건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를 언급하면서 향후 검찰 개혁에 속도가 붙을 지 주목된다. 

최고 권력기관인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을 단순하게 언급한 것으로 보이지만, 가해 당사자가 ‘우병우 사단’ 핵심인 안태근 전 검찰국장인 데다 검찰의 조직적 은폐 정황까지 드러났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부 혁신 과제 등을 설명하면서 이례적으로 “검찰 내 성희롱, 성추행 사건이 드러났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아직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사실이라면, 가장 그렇지 않을 것 같은 검찰 내에도 성희롱이 만연하고 2차 피해가 두려워 참고 견딘다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직장 내 성희롱을 간절하게 하소연하는데,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이 다시 확인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상명하복 문화가 팽배한 검찰 내 성추행 문화를 다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사건의 당사자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핵심 측근인 안태근 전 검찰국장이어서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던 특검은 안태근 당시 검찰국장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수사를 받고 있을 때 4개월 동안 1000여 차례 이상 통화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부실수사 논란 속에 우 전 수석이 불구속 기소 된 직후 안 전 국장은 해당 수사팀 간부 6명과 만나 술을 마시고 개인에게 50만원~100만원씩의 금일봉을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기도 했다. 

주목할 대목은 서 검사가 성추행 피해를 입은 직후 동료였던 임은정 검사가 이를 공론화하려고 하자 “피해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시냐”며 호통을 쳤던 인물이 최교일 당시 서울중앙지검장(현 자유한국당 의원)이었다는 점이다. 

성희롱, 성추행 논란의 장본인이 정권 실세의 최측근이었고, 또 최고위급 간부까지 개입해 이를 무마하려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검찰 내 자정 작용이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수처 설치 등 검찰 개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이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 이를 혁신과제 중 하나로 추가해주시기 바란다”고 언급한 것도 사회 전반에 만연된 그릇된 성추행 인식을 고치는 계기로 삼아달라는 것과 동시에, 여검사마저도 피해자가 되는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구조 자체를 바로잡을 것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검찰이 과거 무한한 권력을 바탕으로 ‘제식구 감싸기’나 특정 정치인 수사, 별건 수사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만큼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한다는 움직임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은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 공약 1호다. 민주당은 서 검사 성추행 피해 고백을 계기로 검찰 개혁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백해련 대변인은 “추행 사건 자체뿐 아니라 당시 검찰 수뇌부가 지위나 권력을 이용하여 부당한 인사 불이익을 비롯한 사건 은폐 여부도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며 “비판의 화살이 검찰 고위간부의 개인적 일탈이 아닌 조직적 폐해에 정조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기 의견 표출 꺼렸던 검찰 내부망, 

지지 댓글 이어져

“동료에게 그 짓 하는데, 

소시민에겐 어땠을지” 비판도

 

서지현 검사에게 검찰 동료 직원들의 지지와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권위주의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로 인해 내부고발자에게 냉담한 반응을 보이곤 했던 과거 검찰의 모습에 비춰보면 크게 다른 분위기다.

ㄱ검사는 서 검사 글에 대한 댓글에서 “댓글 하나를 다는 일조차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데 지금의 글을 쓰시기까지 많은 고민과 어려움에 계셨을 선배님을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용기 내주셔서 감사하다”고 썼다. 

“한번도 이런 글에 생각을 적어보지 못한 후배”라고 자신을 소개한 ㄴ검사는 “선배님이 더 이상 혼자 힘들어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며 “저도 검찰을 위한 뜻을 담아 응원한다”고 했다.

서 검사의 글을 읽고 딸과 아내를 생각했다는 남성 검사들과 직원들의 댓글도 있다. 

ㄷ씨는 “딸을 키우는 아빠로서 제 딸이 커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성추행 등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생각하기도 싫어진다”며 “가해자는 성폭력 피해자가 본인의 가족이라면 어떠했을까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고 적었다.

검찰 조직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도 있었다. ㄹ씨는 “정의로운 검찰이라고 그렇게 떠들어대는 조직에서 수도 없이 행해지는 성추행, 성희롱… 같은 동료 검사에게 그런 짓을 해대시는 분들이, 과연 누구의 죄를 묻고 수사를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검사가 아닌 가난하고 힘없는 소시민들에게, 그리고 피의자들에게 얼마나 동물 같은 취급을 했을지는 보지 않아도 뻔한 것 같다”고 썼다. 

ㅁ씨도 “앞으로는 일부 이런 몰지각한 사람들은 조직에서 단호히 퇴출을 해야 하고 그에 상응하는 형사처벌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경악은 인터뷰가 나간 뒤에도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가해자로 밝혀진 안태근이 대형 온누리교회에서 ‘간증’을 하는 동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됐고, 또 그가 검찰 돈 봉투 논란으로 면직 처분을 받은 그 ‘검사’라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 그의 배후에 있었었다는 검찰 간부의 실명까지 공개되면서 검찰 조직의 신뢰는 다시 한 번 땅에 떨어지게 됐다. 

안태근 전 검사는 “30년 동안 공직자로 살아오며 나름대로 깨끗하고 성실하고 열심히 순탄하게 공직생활을 해왔다”며 “그러다 뜻하지 않은 본의 아닌 일로 공직을 그만두게 되었고, 주변의 많은 선후배·동료·친지들이 ‘너무 억울하겠다’며 같이 분해하기도 하고 위로해 주었다”고 밝혔다.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옷을 벗게 된 일을 언급한 것이다. 

이어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이 얼마나 마음고생 많냐고 묻지만 하나님을 영접할 기회를 주시고, 교만을 회개할 기회를 주신 거라 생각하니 처음 느꼈던 억울함과 분노도 사라졌다. 

믿음 없이 교만하게 살아온 죄많은 저에게 이처럼 큰 은혜를 경험하게 해주신 나의 주 예수 그리스도께 감사와 찬양을 올린다”고 덧붙였죠. 안 전 검사는 신앙고백 중 복받침을 참지 못하고 잠시 말을 잇지 못하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른 여검사들의 성추행 폭로

 

10여 년 전 검사로 일했던 A변호사의 증언.

검찰 재직 당시 상사인 검사장으로부터 관사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가보니 혼자인 검사장이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지만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 A씨] “가까이 앉고 어깨 좀 토닥이고… 저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는데… 사실 엄청 당한 건 아니잖아요. 누구한테 말을 해도 안 받아들여지겠다는 걸 분위기로 직감하는 거죠.”

 

다른 여검사들 피해도 털어놨다.

[검사 출신 변호사 B씨] “(회식에서) 어느 여검사가 ‘아 아이스크림 맛있겠다’라고 했더니… 그 자리에서 (한 검사가) 그 여검사한테 ‘나는 네가 더 맛있어 보여. 난 너 먹고 싶은데’(라고 했다고 해요.) 근데 검찰 내부에서 어떻게 했냐면 그걸 누가 언론에 알렸느냐 이른바 빨대(제보자) 색출 작업을 했어요.”

내부 성범죄에 대해 검찰은 대개 ‘솜방망이 처벌’로 무마해왔다. 실제로 후배 신임 검사들과의 회식 중에 여자 검사 2명에게 ‘뽀뽀하자’는 등의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검사나 회식 때 여성 변호사의 배를 만진 검사는 견책에 그쳤다.

[검사 출신 변호사 A 씨] “이런 일을 퍼뜨렸다가는 너만 힘들어진다. 가해자는 직급이 높고 잘나가고 하면 그 사람한테 가서 왜 그런 짓을 했느냐고 묻는 법이 없어요. (검찰사회 인식이) 일반 사회보다 20~30년 뒤졌다고 생각해요.”

이 변호사는 검찰 내부에 성범죄가 만연해 있어 서 검사의 폭로가 그리 놀랍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내부 진상조사단’을 향한 우려 

 

대검찰청은 조사단 구성을 예고하며 진상조사단장에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을 지명하고, 여성 부장검사를 부단장으로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조 검사장이 여성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고, 사실상 전문가”라고 강조했다.

법조계뿐 아니라 여성 검사들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피해자나 여성 검사 처지에서 단순히 조사 책임자가 ‘여성’이라는 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그가 평소 어떤 태도와 의지로 이런 문제에 대처했느냐는 점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조 검사장은 2013년 ‘1호 여성 검사장’으로 승진한 뒤부터 줄곧 검찰 내에서 ‘여성 1호’로 꼽혔다. 하지만 조 검사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여성 후배들의 상의를 받아본 적 없다”며 안 전 검사 성추행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체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대검이 조사단 구성을 발표한 지 한 시간도 안 돼 법무부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해야 한다는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법무·검찰개혁위 권고안은 “검찰 내부의 감찰만으로 전·현직 검사들이 관련된 사건을 공정하게 조사할 수 있는지 여러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검은 이날 저녁 대검 산하 검찰개혁위원회마저 ‘외부 인사’ 참여를 권고하자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발 빠르게 대응한 진상조사단 출범 구상이 시작부터 안팎의 역풍을 맞았기 때문이다. 

대검은 내부적으로는 법무·검찰개혁위가 권고한 ‘진상규명위원회’ 형태 대신 ‘외부 자문 인사’를 참여시키는 조사단을 운용하는 형태의 절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010년에도 경남지역 건설업체 대표 정모가 부산지검과 진주지청의 전·현직 검사 57명에게 향응을 제공해 ‘스폰서 검사’ 파문 당시 외부 인사인 성낙인 서울대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현재 관련 검사 상당수는 국회의원에 출마했다.

 

언론이 받아 쓸 때, 

뉴스룸은 당사자 인터뷰 

 

JTBC 뉴스룸의 서지현 검사 인터뷰가 언론계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서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에 법무부와 검찰 전직 고위 간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고, 이에 뉴스룸은 서 검사를 섭외해 인터뷰했다.

이 인터뷰가 언론계에서 화제가 되는 건, JTBC가 메인뉴스 시간에 해당 인터뷰에 18분여나 할애했다는 것, 또한 관련해 기사가 여러 건 나왔지만 당사자를 직접 스튜디오에 불러냈다는 것, 이로 인해 ‘검찰 내부에서 있었던 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사건을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MeToo’ 운동처럼 사회적 이슈로 부상시켰다는데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윤창현 본부장은 “한 방 묵직하게 맞은 기분”이라며 “관성으로 ‘피해자가, 더구나 현직검사인데 나서겠냐’는 선입견과 단정 아래 매너리즘으로 사건을 대하던 순간, 이 방송사는 당사자를 스튜디오에 불러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인터뷰에서 서 검사는 울음을 삼키며 자신의 피해 사실을 담담하지만 당당하게 폭로했다. 

서 검사는 인터뷰에서도 법무부에 파견 간 고위 검찰 간부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이후 사과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검찰 내부에 이 사실을 알렸지만 오히려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언론에서는 이 사건의 연루자로 안태근 전 법무부 정책기획단장과 최교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서 검사는 인터뷰를 통해 “제가 범죄의 피해를 입었고 또 성폭력의 피해를 입었음에도 거의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한 것은 아닌가, 굉장히 내가 불명예스러운 일을 당했구나라는 자책감에 굉장한 괴로움이 컸다”며 “그래서 이 자리에 나와서 범죄 피해자분들께 그리고 성폭력 피해자분들께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것을 얘기해 주고 싶어서 나왔다. 

제가 그것을 깨닫는 데 8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는 비슷한 피해를 겪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큰 용기를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석열 검사 보복 

피해까지 서 검사에게

 

서 검사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폭로글 첨부문건에 따르면, 그는 2014년 4월경 부당하게 사무감사를 당하고 검찰총장으로부터 경고까지 받았다. 

서 검사는 이 글에서 “수원지검 여주지청 근무 중, 당시 B여주지청장이 국정원 댓글 수사관련 고검 발령이 나서 떠난 후, 정기 사무감사에서 많은 사건을 지적당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지적사항이 틀린 부분도 많고, 대부분 지적이 매우 불합리하여 알아본 바, B지청장에 대한 보복이라고 해 감수했다”고 덧붙였다. 

B지청장으로 표기된 인물은 윤석열 현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윤 지검장은 2013년 4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여주지청장이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이었다. 

윤 지검장은 그러나 2013년 10월 ‘상부’ 승인 없이 팀장 전결로 국정원 직원의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는 이유로 직무 배제 및 좌천 인사를 당했다.

윤 지검장은 좌천되기 전 같은 해 국정감사에서 상부의 수사 외압이 있었기 때문에 전결 조치가 불가피했다는 취지로 폭로했다. 이 여파로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사퇴했다.

서 검사의 주장대로라면 검찰 ‘상부’는 윤 지검장을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시킨 뒤에도 여주지청에 보복을 일삼은 게 된다. 대리 보복을 당하는 서 검사가 ‘감수’해야 할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했을 공산이 크다.

당시 새누리당 등 여권은 “모든 검사들이 직무상의 상사에 복종하게 돼있는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독자적인 행동을 했다”며 “검사의 기본적인 도리를 저버렸다”고 윤 지검장을 공격했다. 

서 검사는 사무감사에서 공소시효 지난 사건 수사, 기소유예·약식기소와 같은 과도한 선처 등을 지적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검에서 기록을 직접 송부 받아 수사 중 공소시효가 도과되지 않았음을 확인했고, 선처는 대검 지시 및 부장결재 하에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서 검사는 “검찰총장 경고를 할 정도로 문제가 있었다면 당시 결재를 한 부장검사도 경고 등 불이익 조치를 받았어야 한다. 그러나 당시 결재자에게는 전혀 불이익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검찰청 한 부장검사는 “부치지청(차장검사 없이 부장검사가 지청장을 맡는 곳)인 통영지청은 ‘2학년(두 번째 임지로 가는) 검사’들이 많이 지원하는 곳”이라며 “근무 경력이 꽤 쌓인 검사가 선호하지 않는 곳은 맞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도 “서 검사 정도 연차라면 남들 보기에 체면을 구기는 면은 있다”고 말했다. 

서 검사가 근무 희망지도, 연고지도 아닌 통영지청에 부임하게 한 인사 자체가 “본인에게는 참 답답했을 것”이라는 게 지방근무 경험이 많은 검사들이 대체로 전하는 얘기다. 

서울에서 가까워 선호도가 높은 여주지청에 있다가 통영지청으로 이동하는 것이라 더욱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다”는 말도 있었다. 

당사자 입장에선 인사 불이익으로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법무부 출신의 한 검사는 “통영지청은 검사 수가 꽤 돼 중심을 잡아줄 ‘경력검사’(근무지 3곳 이상 거친 검사)가 필요하다”며 “마땅한 적임자는 없고, 누군가는 가야만 하는 상황에서 인사상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논란의 2015년 8월 인사와 관련해,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당시 통영에서 사람이 부족하다고 했고, 서울북부지검과 여주지청 등 수도권에만 오래 있었던 서 검사를 보내기로 결정 난 걸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여주지청 재직 당시 상사들과 검찰 직원들로부터 복무평가가 좋지만은 않았다”며 “다만 그 평가는 성추행 사건과 관련된 측면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 검사가 여주지청에 근무할 때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도 지청장으로 일한 적이 있다.

일각에선 서 검사가 여주지청에 4년 6개월(2011년 2월~2015년 8월) 동안 근무한 것도 이례적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서 검사가 그 기간 육아휴직과 프랑스 유학을 했기 때문에 특이한 건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 

서 검사는 이후 현재까지 통영지청에서 2년 6개월 동안 근무했지만, 여기서도 1년 동안 육아휴직을 했기 때문에 올 2월 정기인사 대상자는 아니었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법무부는 이날 “2015년 8월 당시 서 검사의 인사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다시 한 번 철저히 살펴보겠다”며 “대검에 서 검사가 제기한 성추행 부분 문제 전반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조사해 엄정히 처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문

무일 검찰총장도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진상조사를 철저히 해서 그 결과에 상응하는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며 “피해 여성 검사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직장 내에서 평안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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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 2020.01.20 / 조회수: 7

검찰 내 만연한 성추행 사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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