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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대통령 암살로 총체적 난국의 아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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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암살된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피살 후 카리브해 아이티의 혼돈이 극에 달하고 있다.

공석이 된 정상 자리를 놓고 현 총리와 총리 지명자, 상원의장까지 뒤섞여 권력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갱단까지 나서 투쟁을 선언하며 더 큰 혼란을 예고했다.

지난 7일 새벽, 사저에서 암살 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진 모이즈 대통령은 2017년 2월 취임 후 야권과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정적이 많았던 인물이다. 정권의 부패 스캔들과 경제난, 치안 악화 등에 분노한 시위대가 2018년부터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아이티 현지 언론들은 수사 당국이 체포된 아이티계 미국인 용의자 2명 심문 내용을 보도했다. 이들은 범행 과정에서 통역 역할만 했으며, 암살이 아닌 납치가 원래 목표였다고 진술했다. 체포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중 한 용의자는 인터넷을 통해 범행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2019년 아이티 고향 주민들을 돕기 위한 자선 홈페이지를 플로리다에서 운영했으며, 자신을 어린이 옹호자이자 신예 정치인이라고 소개했다. 주아이티 캐나다 대사관 경호원으로 일한 이력이 있다고도 진술했다. 이에 대해 캐나다 대사관은 “체포된 용의자 한 명이 사설계약을 통해 단기 경호원으로 일한 적 있다”고 밝혔다.

체포된 콜롬비아인 용의자 중 4명은 지난달 6일 도미니카공화국을 통해 아이티에 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콜롬비아인 용의자의 배우자는 남편이 ‘CTU’라는 이름의 보안회사에 월 2700달러(310만여원) 조건으로 채용됐으며,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유력 가문을 경호하는 게 업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가장 최근 남편과 통화한 암살 당일인 지난 7일 오후 10시께였으며, 경호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좌파 반군과 마약 카르텔과 수십년간 싸워온 경험 덕분에 미국에서 훈련 받은 콜롬비아 군인들이 사설 보안업체에 대거 고용돼 국제 분쟁지역에 투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권총, 탄약총, 모이즈 대통령 사저 감시카메라 서버, 대통령 부부 수표책, 도끼, 현금 등을 압수한 상태다.

백악관은 아이티 정부 요청으로 미 연방수사국(FBI) 및 국토안보부 고위 관계자를 파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콜롬비아 정부는 용의자들의 비행 일정, 금융 정보를 제공하는 등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다.

모이즈 대통령은 지난 7일 새벽 사저에서 무장 괴한 총격으로 숨졌다. 함께 있던 영부인 마르틴 모이즈 여사도 총상을 입어 미국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용의자 3명은 경찰 총격으로 사살됐으며, 콜롬비아인 15명을 포함해 총 17명이 체포됐다. 8명은 도주 중이다.

아이티 당국은 이들이 고도로 훈련된 무장 조직이라고 발표했지만, 현지에선 “잘 훈련된 용병이 이렇게 쉽게 잡힐 리 없다”며 회의적이다.

노엘 판사는 미 국적 용의자 뱅상이 스페인어와 영어를 쓰는 ‘마이크’라는 이름의 외국인 남성이 계획을 주도했다고 말했다고 NYT에 전했다. 이어 당초 그들의 임무는 대통령 암살이 아닌 체포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전직 콜롬비아 군인들이 모이즈 대통령을 경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채용돼 아이티로 갔다고 보도했다. 콜롬비아 용병들은 살해 협박에 시달리던 모이즈 대통령 측의 요청으로 아이티로 건너갔다고 전했다.

전직 국회의원 알프레도 앙투완도 대통령 암살의 배후에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 당할 것을 우려한 기득권 재벌들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모이즈 대통령은 생전에 아이티의 각종 정부계약을 독점적으로 누리던 파워 엘리트층을 해체하려고 시도해 기득권층과 갈등을 빚었다.

남편과 함께 있다가 총상을 입고 미국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는 영부인도 같은 언급으로 이런 주장에 힘을 실었다.

영부인 마르틴 모이즈는 공식 트위터에 남편이 정치적 이유로 희생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누군가와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도로․수도․전력․개헌․총선 등의 이유로 이 나라의 변화를 막으려고 용병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아이티의 통합 조직폭력배 우두머리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나섰다. 전직 경찰관 출신으로 ‘바비큐’라는 별명의 조폭 두목 지미 셰리지에는 국내외 정치세력이 모이즈 대통령을 희생시켰다면서 자신의 부하들이 거리로 나가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눈 깜짝할 사이에 괴한들이 집에 들어와 남편에게 한 마디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총알을 퍼부었다”며 “나는 신 덕분에 살았지만, 남편을 잃었다”며 “이 나라가 길을 잃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 남편의 피를 헛되이 흘려 버릴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기득권, 우파, 재벌 공모 의혹

주류 언론 등에 따르면, 갱단 ‘G9’ 두목인 지미 셰리지에는 전날 영상 메시지에서 모이즈 대통령 암살이 “아이티 국민에 대한 국가적․국제적 음모”라고 주장했다.

경찰 출신의 셰리지에와 그의 일당은 모이즈 대통령의 우파 정당과 결탁했다는 의심을 받아 왔다고 보도했다. 그는 경찰과 야권이 ‘역겨운 부르주아’들과 야합했다고 비난하며 “아이티 국민을 위해 무기를 사용하겠다. 전쟁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카리브해 빈국 아이티에서는 이미 모이즈 피살 전부터 갱단의 범죄가 급증해 치안이 극도로 악화한 상황이었다. 특히 수도 포르토프랭스에는 ‘G9’을 비롯해 최소 30개의 범죄조직이 도시의 절반 가까이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부자들을 물론 서민들까지도 닥치는 대로 납치해 몸값을 뜯어내고, 주택과 상점에 대한 절도와 방화도 일삼았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9개월간 1만4천 명가량의 포르토프랭스 시민이 갱단의 폭력을 피해 집을 떠났다. 극심한 범죄 탓에 상점과 학교가 문을 닫고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모이즈 암살 후 흡사 무정부 상태와 같은 혼란이 이어지며 갱단의 폭력도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대사관 밖에는 시민 수백 명이 몰려들어 아이티를 탈출하고 싶다며 망명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경호원이 있는 대통령도 살해됐다. 누군가가 날 죽이려 들면 난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총체적 국가 위기 직면 아이티

혼란을 통제할 국정 책임자도 사실상 공백 상태다.

모이즈 대통령이 사망한 후 클로드 조제프 임시 총리가 전면에 나서 국제사회의 지지도 받았지만, 정통성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조제프는 지난 4월 조제프 주트 총리가 갑자기 사임하자 외교장관에서 임시 총리로 임명됐다. 관보 특별호에서도 새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 조제프 총리와 내각이 통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이즈 사망 직전 임명한 아리엘 앙리 총리 지명자는 자신이 적법한 총리라고 주장하고 있고, 전체 30명 중 10명만 남은 상원은 헌법 규정을 들어 조제프 랑베르 상원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아이티에선 정국 혼란 속에 의회 선거가 제때 치러지지 못해 하원의원 전체, 상원의원 20명의 임기가 종료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의사 출신의 아리엘 앙리가 최고 권력자를 자임하고 나섰다. 그는 모이즈 대통령 피살 이틀 전에 조제프 총리를 대신할 새 총리로 지명됐지만 공식 취임 선서는 하지 못했다.

앙리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조제프 임시 총리가 아닌 자신이 아이티를 이끌어야 하고 그에 부합하는 새 정부를 꾸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조제프 임시 총리는 혼란 안정을 위해 미국과 유엔에 군 병력 파견을 요청했지만 미 정부는 파병 계획이 없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아이티 상황을 분석하고 지원 방안을 살펴보기 위해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 관계자들을 이날 아이티로 보낼 예정이다.

 

용병 인기 콜롬비아 출신 군인들

아이티와 별다른 관련 없는 콜롬비아의 전직 군인들이 어쩌다 외국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것일까.

로이터통신은 “용병 고용을 원하는 이들에게 콜롬비아는 인기 있는 선택지”라고 말했다. 성인 남성의 군 복무가 의무인 콜롬비아에선 반세기 동안 이어진 반군과의 치열한 내전, 마약 조직과의 전쟁 등으로 고도로 훈련된 군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40대 이전에 전역하는 군인들이 낮은 연금에 의존하는 대신 군 경력을 살려 새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콜롬비아 용병은 훈련돼 있고, 저렴하며, 이용 가능한 자원이 많은데, 오랜 내전과 미국에서의 훈련 경험 등 덕에 콜롬비아 군인들이 전 세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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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된 암살단 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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