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취재> 이거 실화냐 | 이래도 되나, 매우 낯선 장면

 

포커 신동으로 추켜세운 한국 사회

올림픽 경기 상정 소망 텍사스홀덤

한국 내 수백곳 포커게임방 성업중

어른들과 홀덤 게임중 ‘신동 조은우’

유명 연예인 체육인 바둑기사 등 열전

김학도, 임요한, 김창열, 김현철, 진미령

홀덤팝, 홀덤바, 홀덤장 유사 도박장 성행

참가비 50만원·총상금 3억 ‘대회’ 열어

상품권이나 경품 중고거래로 편법 환전

즉시 현금교환 아니라며 법망은 피해

수억대 ‘칩’ 걸고 도박아닌 ‘변칙 홀덤펍’

 

대구에 위치한 홀덤 체인점 KMGM의 한 게임장에 8시간 가까이 진행된 토너먼트 결승 파이널 테이블에서 믿기 힘든 장면이 계속되었다. 심각한 표정의 성인 플레이어들 가운데 앳된 얼굴의 어린애가 어른들의 표정을 살피고 있다. 믿기지 않지만 일산에 있는 냉천초등학교 1학년 조은우 군(8)이다.

한국에서는 8살 어린이가 토너먼트 경기에서 이기는 것을 자랑스럽게 보도하지만 미국에서는 미성년 어린이가 포커 게임장에서 어른들과 포커 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고교생인 미성년자조차 게임장에서 게임은커녕 출입조차 법으로 금지된다.

테이블에 플랍이 깔린 상황에서

“첵” “첵” “벳!”, 앞에서 날아온 오픈베팅에 조은우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콜”을 외쳤다. 보드에는 에이스 한 장과 숫자 7, 8이 서로 다른 모양으로 놓여져 있었다.

이때 조은우는 상대를 슬쩍 보더니, 테이블을 유심히 내려보고 손을 들어 손가락을 내리며 “올인!”을 외쳤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스트레이트가 메이드 되었다는 확신으로 먼저 베팅한 플레이어의 반응을 지켜봤다. 상기된 얼굴로 한참을 생각하던 상대 플레이어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카드를 던졌다. “폴드” 항복선언이었다.

여기서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올인을 외쳤던 조은우는 방긋 웃으며 자신의 카드를 보여줬다. 3, 3 낮은 핸드 파켓. 소름끼치는 블러프(상대방을 속이는 공갈 액션)였다.

당황한 상대방은 결국 탈락하고 말았다. 더욱 놀라운 점은 블러프 카드를 일부러 보여줘 상대방의 틸트(평정심을 잃은 상태)를 유도한 액션이었다.

‘홀덤신동’으로 불리는 조은우는 KMGM 게임장들을 다니며 ‘도장깨기’를 하고 있다.

“앞으로 프로 포커선수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당당하게 장래 희망이 포커선수라고 밝힌 조은우는 지금까지 엄마, 아빠와 함께 여러 대회에 참가했고 우승도 4번이나 한 ‘실력파’다.

“제 플레이 성향은 ‘루즈 어그레시브’입니다. 제가 가진 카드보다는 어른들의 표정을 살피고 포지션과 심리를 이용해 플레이 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가족과 함께 7살부터 포커를 시작해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성장했다고. 물론 부친 조승우의 역할이 컸다. 

아직 국내에서 홀덤을 제대로 알려주는 학습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고 밝힌 조승우는 주말마다 홀덤 유튜버인 ‘어수TV’와 함께 지방을 순회하며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홀덤을 도박으로 여기고 있지만, 사실 홀덤은 마인드 스포츠”라며 “e스포츠처럼 홀덤도 정식 스포츠로 인정돼 은우가 학교에서 방과 후 활동으로 홀덤을 즐기고, 꿈을 향해 커 나갈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WSOP 세계대회에 한인 참가 늘어

세계 유명 카지노마다 매년 홀덤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다. 토너맨트 형식으로 수십일간의 예선전을 걸쳐 결승전이 열리는데 상금은 백만불에서 수천만불에 달한다. 인터넷 상에서도 수만개에 달하는 홀덤 사이트에서 여러 대회가 열리고 매일 게임을 즐길 수 있다. 

1천여개에 달하는 허가 홀덤 게임장 이외에 무허가도 숨어 영업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에서는 돈을 걸고 게임을 하기도 하고 단지 승부만을 위한 게임도 있다. 한국에서는 돈을 건 칩 게임은 불법이고 단지 승부만을 위한 게임은 합법이다. 그러나 억대의 우승 상금을 건 대회도 열린다.

과거 도박이 철저하게 불법으로 단속했던 시기와는 격세지감이 있지만 지능 스포츠 게임으로 허용된 텍사스홀덤 체인점 게임장은 서서히 도박과 스포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사실상 상품권이나 지역화폐 교환권을 건 시합이 열리니 사실상 현금이 아닌 금전 도박이나 마찬가지다. 언젠가는 올림픽 게임종목으로 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아직은 요원한 부분이기도 하다.

매년 라스베가스나 LA 등지에서는 세계선수권 대회가 열리는데, 단지 상금을 건 도박이 아닌 명예와 금 은 동메달을 위한 순수한 아마추어 게임이 열릴 날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각종 세계선수권대회를 중계하는 TV는 시청률도 꽤 높다. 어느덧 홀덤이 사람들 사이에 넓게 자리잡은 셈이다. 

텍사스홀덤으로도 불리는 홀덤은 포커 게임의 일종이다. 각자 2장의 패를 받고 공유하는 카드 5장을 조합해 가장 높은 조합이 이기는 방식이다.

 

눈감고 아웅식, 도박을 허용한 법

2000년대 미국 유학생을 중심으로 서울 강남에 하나둘 생긴 홀덤펍, 홀덤게임장이 2010년대 후반 이후 20·30대들의 놀이문화로 자리잡았다. 아재들의 ‘음습’한 놀이로 여겨지는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나 도박과 달리 홀덤은 젊은층에게 ‘힙’한 문화로 스며들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불법과 편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변칙 영업장이 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날 홀덤 대회가 열린 가게 문은 굳게 닫혀 있어 얼핏 보면 영업 중인지 알 수 없었다. 내부는 술집이라기보다는 영화 ‘타짜’에서 본 하우스(사설 도박장)에 가까웠다. 게임 참가비가 1회 50만원이지만 한 번만 참가하는 참가자는 거의 없었다. 관리자의 승인을 받아야 입장할 수 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만 대회 정보가 공유돼 일반인은 대회 장소를 알기도, 참여하기도 어렵다.

홀덤펍은 칩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으면 불법이고, 돈으로 바꿀 수 없다면 합법이다. 예컨대 일반인들도 쉽게 이용하는 평범한 홀덤펍은 펍에서 판매하는 음식·음료값에 게임 이용료가 포함돼 있다. 펍에서 홀덤 게임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식이다. 대신 홀덤게임장에서는 시간당 일정 금액을 일종의 입장료 개념으로 받는다.

편법을 쓰는 영업장은 상금 대신 자체 티켓이나 상품권, 상품 등을 경품으로 준 뒤 특정 모바일 앱이나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다시 사 주는 방식으로 참가자에게 환전해 준다. 수도권에서 홀덤펍을 운영하는 김모(32)씨는 “홀덤게임장은 영업장이 상품권 등을 다시 사 주는 것은 물론 간혹 코인(암호화폐)으로 상금을 직접 주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법망을 피하기 위한 편법”이라고 귀띔했다. 칩을 바로 현금으로 교환하는 것은 아니어서 엄밀히 말하면 불법은 아닌 셈이다.

업종을 홀덤펍 대신 ‘보드카페’나 

‘자유업’으로 등록하는 ‘꼼수’도 종종 등장한다. 기자가 방문한 강남의 홀덤펍도 보드카페로 등록돼 있었다. 보드카페로 업종을 신고하면 집합금지나 영업 시간 제한 등 방역수칙도 피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 홀덤펍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유흥시설 5종과 함께 홀덤펍은 집합금지 시설로 지정됐다. 실제로 업종을 보드카페로 등록한 한 홀덤펍 관계자는 “새벽 4시까지도 영업한다”면서 방역수칙 위반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홀덤펍협회 관계자는 “협회에서 사행성 영업장에 대한 민원을 받아 사실 확인을 거친 뒤 계도 또는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면서 “큰 상금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무차별적 대회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선 국내 홀덤, 과연 결과는 어떻게 될까.

 

월드시리즈(WSOP)의 꽃

1970년에 노스 베가스(North Vegas)의 홀슈 카지노(Horseshoe Casino)에서 시작된 월드시리즈 (World Series of Poker)는 50년이 지난 지금 전세계 포커인들의 축제이자 꿈의 무대가 되었다.

특히 메인이벤트 우승은 포커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한번쯤은 상상해 봤을 짜릿함과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50년을 이어 내려온 월드시리즈 메인이벤트에는 많게는 만명에 가까운 참가자가 있는만큼 우승은 하늘이 내린다는 말도 있을 정도로 힘들고 긴 여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동안 전 세계에서 수많은 플레이어가 도전을 했지만 우승은 대부분 홀덤의 종주국인 미국 플레이어들에게 돌아갔다. 

최초로 우승한 외국인 플레이어로서는  이란 국적을 가진 만수르 마투로비 (Mansour Matloubi)가 1990년 월드시리즈 메인이벤트에서 194명의 참가자중 우승을 했다. 

한국 국적을 가진 선수들은 전무하다시피한 월드시리즈에 많은 한국 선수들이 출전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물론 한국계 미국인인 죠셉 정은 2010년에 3위,  존 신 (John Cynn)은 2018년에 우승을 했지만, 포커가 타부시되던 한국에서는 보도되지 않았다.

2021년 제52회 월드 시리즈 오브 포커(World Series of Poker·WSOP) 대회는 라스베이거스 리오 호텔에서 9월 30일부터 11월 23일까지 펼쳐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전 세계 80여개국에서 6500여 명에 달하는 포커인들이 모여 뜨거운 열기를 뿜었다. 메인이벤트를 포함해 총 88경기가 열렸고, 모든 우승자에게 ‘브레이브슬릿’이라고 불리는 영광의 챔피언 팔찌가 수여됐다.

특히 2004년부터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이 생중계를 하면서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각광받았다. 올해 88개 종목 중 메인이벤트 한 종목의 총상금만 1억3000만 달러(1546억9000만 원), 우승상금 800만 달러(95억2000만 원)에 이를 정도로 규모 역시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데이빗김>

 

전 세계 홀덤인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2021 월드 시리즈 오브 포커(WSOP) 대회에서 참가자들과 실력을 겨루고 있는 모습

 

전 세계 홀덤인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2021 월드 시리즈 오브 포커(WSOP) 대회에서 참가자들과 실력을 겨루고 있는 모습

 

 

월드시리즈 메인이벤트 우승팔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