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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를 위한 세상은 없다

sisa3369 2021.05.21 17:55 조회 수 : 24

우리에게 금년 아카데미 영화제는 온통 미나리다. 한국영화 기록이 된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또 지난해 기생충의 수상이 우리에게 남긴 아카데미다.

한발 더 들어가면, 이번 아카데미는 미나리 말고도 뜻깊은 영화가 있다.

노매드랜드, 

중국 출신 클로이 자오가 아시아 여성 최초 감독상과 작품상을 수상했고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도 수상했다. 주인공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세 번째 여우주연상을 받는 쾌거를 만들었다. 맥도먼드는 체험을 위해 직접 마트에서 캐시어 일을 하며 연기를 구상했으며 일하는 동안 아무도 여배우인줄도 몰랐다고 한다.

영화는 자전적 다큐처럼 담백하게 스토리를 쫓아가는 형식이지만 영화가 주는 감동은 오래 남는다. 이유는 너무 가까운 내용이며 누구나 한번은 생각했을 자유, 유랑, 노후에 관한 내용 때문이다. 누구나 쉽게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식의 낭만에 젖은 감상이겠지만 실제는 절벽에 선 사람들의 삶 이야기다.

 

‘노매드랜드’는 저널리스트 제시카 브루더가 쓴 논픽션을 시나리오로 만들었다. 배경은 미국 네바다주 엠파이어시. 도시의 주 산업인 (짚섬)석고보드 공장이 문 닫으면서 주민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도시가 폐허로 변하고 비워졌다. 비록 짚섬이 아니더라도 캘리포니아에는 도시를 지탱하는 산업이 사라지면서 도시 자체가 사라진 곳이 많다. 한 때의 번영은 텅 빈 도시의 폐허가 말 하고 있지만 과거 그곳에서 태어나고 살았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고향을 떠난 이민자의 삶과 닮았다. 

영화에서 일자리를 잃은 펀(프랜시스 맥도먼드)은 작고 낡은 밴으로 유랑한다. 생계비는 ‘아마존 택배 작업장에서 해결한다. 아마존이 연말 성수기에 단기로 모집한 임시 일자리다. 노동자와 기업의 상생이라지만 60세 이상 고령자에게 혹독한 노동을 강요한다. 어쩌면 한국 노동 현장과 유사한다. 단기 임시직인지라 일자리를 따라 떠도는 유랑생활. 

일할 때나 쉴 때나 차 안에서의 길 위의 삶, 유랑의 날에도 차안에서의 생활은 이어진다. 희망도 행복도 없어 보이지만 어쨌든 유랑도 삶은 마찬가지다. 고향을 떠나 집 없이 차안에서 살아가는 홈리스인 유랑인.

때때로 노을을 즐기고 좋은 사람들도 만나 대화와 술을 함께 한다. 멀리 지는 해를 바람 속에 지켜보는 순간,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모여 함께 하는 순간, 그들은 그것을 행복이라 여겼을까. 쉽게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에겐 그저 진귀하고 참혹한 인생 이야기였을 것이다.

가진 것 없고 같이 할 가족도 없이 혼자 세상을 바람처럼 떠도는 삶, 

홈리스는 터전이 없이 떠돈다면 노매드는 차가 터전인 셈이다. 둘 사이에 어떤 여백이 남을까.

영화 보는 내내 쉽지 않은 힘겨움이 있다. 이민자의 삶이 노매드이고 이 땅이 바로 노매드랜드는 아닐까. 내내 응어리가 밑바닥에서 엉키다가 물기로 흐른다. 그리고 묻는다.

 

“여기는 어디이고 나는 잘 가고 있는가”

 

사족으로, 남우주연상은 ‘더 파더’의 앤서니 홉킨스가 받았는데 이 역시 최고령 수상자의 기록을 남겼다.

 

절벽위에 선 사람들

미국에 사는 많은, 혹은 일부 사람들은 곧 다가올 결단의 시간을 앞두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차마 상상도 못하고 깨닫기도 힘든 집 없는 설움 속에 갇혀 사는 사람들 이야기, 곧 홈리스가 되거나 퇴거소송 위기에 놓인 아슬아슬한 사람들 이야기. 코로나 시대에 직장을 잃거나 수입이 줄어 렌트비를 못낸 사람들 이야기 말이다.

역사 속에 언제라도 가난한 사람을 위한 세상이 어디에 언제 있었던가.

 

정녕 빈자를 위한 나라는 없는 것일까. 

지금 미국은 1천만 가구가 렌트비가 밀려 길거리에 내 몰릴 위기에 놓여있다. 집주인들은 정부의 유예정책에 따라 모기지 납부를 올 연말까지 유예 받고 있다. 테넌트 역시 현재 6월말까지는 25%만 납부하도록 유예 받고 있다. 예측컨대 6월말까지의 렌트비 유예기간도 9월말이나 올 연말까지로 연장이 예상되지만 아직은 모를 일이다.

만약 6월말로 테넌트 유예기간이 끝난다면 불을 보듯 대대적 퇴거소송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공정한 세상은 이래서 멀고 먼 것인가. 

불공정한 세상은 집주인은 정부 유예 헤택을 누리면서 임대인에게는 매몰차게 법적 퇴거 철퇴를 가한다면 올바른 세상인가.

이래서는 안 된다. 없는 자 보다는 가진 자들이 더 배려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옛말처럼 99개 가진 놈이 1개 가진 자의 것을 뺏는 것이 이치란다. 

LA 법원 91호 법정, 퇴거 전용법정으로 알려져 있다. 법을 무시한 채 퇴거소송 신청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놀랍게도 정부에서 어려운 시대에 구제 정책으로 유예안을 법으로 정해도 현실은 무시되고 통하지 않는다. 한쪽에서는 법률구제 단체들이 모여 전문적으로 억울한 테넌트들을 퇴거위기에서 도와주고 있다.

 

이게 무슨 코미디인가. 21세기 가장 부자인 나라에서 벌어지는 삶을 주제로 벌어지는 눈물 나는 희극이다. 살 집이 없어 가족을 끌어안고 길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들의 절벽은 그들만이 절규다. 오죽하면 배고픔보다 집 없는 설움을 무겁게 여겼겠는가. 

내 집의 꿈은 내일의 꿈이다. 집이 없다는 것은 곧 내일을 가질 수 없다는 의미다. 미국은 원래 내 집 마련의 꿈, 적어도 누구나 집을 가져야 한다는 꿈에서 출발한다. 내 차와 내 집을 ‘아메리카 드림’으로 칭했다. 가진 것 없이 이민자의 꿈에서 ‘아메리카 드림’을 갖도록 한 정책이 미국의 정책이었다. 그럼에도 법은 멀고 현실은 야박하기만 한 것인가.

이민자의 땅에서 한인들은 어떤가. 한인들도 집주인과 세입자가 있다. 제발 한인들이 더 한다는 말은 안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원래 부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그들도 그 길을 지나왔지만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독한 시어머니 밑 며느리가 더 한다던가. 그들은 지나온 길을 잊었는가. 그리 쉽게.

더불어 사는 세상, 사람 사는 세상, 사람이 먼저인 세상은 얼마나 멀리 있는가.              

 < 彦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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