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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자 가족의 삶을 그린 영화 ‘미나리’가 지난해 기생충에 이어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곳곳의 영화제에서 76개의 트로피를 휩쓸었다. 할머니 순자 역의 윤여정은 26개의 연기상을 받았다. 윤여정은 ‘세계는 넓고 상은 많다’는 소감을 남겼다. 대망의 골든그로브와 아카데미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기대에 부응하리라 본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 땅으로 이민 온 한국인 가족의 삶의 애환을 잔잔하게 그린 이야기다. 어쩌면 너무 평범한 이야기로 이토록 화제가 된 것이 놀랍기도 하다.

극적 재미나 긴장감, 위기 같은 구조 없이 한 이민 가족이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짓는 과정의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이기에 같은 이민자로써 울림은 더욱 컸다. 

여느 이민 가족의 애환이 이 정도만 하랴. ‘나도 쓰자면 책 한권으로 부족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기에 경계인의 삶의 고충은 절절하다.

어려운 상황에서 이민 가족의 따뜻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고 소개한 정이삭 감독과 주연을 맡은 스티브 연은 초기 미 이민 가정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작품에 임했다고 한다. 텍사스 달라스 인근의 시골에서 아버지가 이민 생활을 시작했는데 미나리는 아칸소를 배경으로 그때의 상황을 녹여 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기생충에 이어 한국적 정서가 전세계의 공감을 얻었다는 점에서 의미는 크다.

한국인 영화지만 미국에서 촬영, 제작했으며 

‘문라이트’, ‘노예 12년’ 등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유명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가 맡았다. 대부분 대화가 한국어 탓인지 작품상 후보에서 제외되고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라 골든그로브는 차별과 홀대 논란이 일었다. 다행히 아카데미는 작년의 기생충 작품상에 이어 차별이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 

낯선 미국땅으로 이민 온 평범한 한국 가족, 가족들에게 뭔가 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은 아빠 ‘제이콥’(스티븐 연)은 70-80년대 유행한 병아리 감별사지만 아메리카 드림을 위해 자신만의 농장을 구입해 개발을 시작한다. 엄마 ‘모니카’(한예리)도 다시 일자리를 찾고 어린 자식들을 위해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가 고춧가루, 멸치, 한약을 이민 가방 가득히 담아 도착한다. 한국인 이민자들이 세계 곳곳에서 성공 신화를 이루듯 영화 제목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는 미나리와 이미지를 공유한다.

중국인 아메리카 드림을 영화화한 ‘첨밀밀’도 이민자 애환을 엿볼 수 있는 영화다.

1996년, 20세기말과 홍콩의 중국 반환 분위기를 대변한 영화로 미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새로운 땅으로 떠날 것인가, 고향에 남기를 고민하며 미 이민을 선택한 주인공은 내내 고향을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남녀의 질긴 인연을 만남과 이별, 재회를 통해 보여준다.

이민자가 아니더라도 외국 여행을 해본 사람은 안다. 웬만한 영어실력자도 햄버거 하나 주문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맥도날드는 어쩌면 미국생활, 아메리카 드림을 상징하기도 한다.

120년전, 초기 이민은 아시안이 그렇듯 태평양을 건너 샌프란시스코 항을 통해 미국 땅을 밟았다. 유럽 이민자들은 대서양을 건너 뉴욕 항으로 들어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국의 땅에서 사회 양식이 전혀 다른 생활은 시초부터 처절한 고난의 밑바닥 삶일 수밖에 없다. 기억할 것은 우리만이 애환의 삶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해외여행조차 쉽지 않던 시절, 바늘 귀만 한 이민의 길은 특별한 직종만 가능했다. 초기는 간호사, 태권도 사범이었고 이어 병아리 감별사가 뒤를 이었다. 아메리카 드림을 꿈꾼 젊은이들은 단기 학원 강좌에서 자격증을 받고 이민의 길을 떠났다. 영화 미나리의 주인공처럼.

여러 방법으로 아메리카에 발을 들인 이민자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내 이야기를 풀어내면 책 한권도 부족하다는 말은 절대 허투로 하는 말이 아니다. 직장이 확보된 태권도 사범, 간호사들은 힘들어도 가장 빨리 정착한 사례다. 그 외는 인삼장사, 과일장사, 가발장사, 식당, 그로서리 등으로 한걸을씩 나아가야 했다.

법과 사회 관습이 다른 국가에서 뿌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어려울 때는 고향과 두고 온 가족 친지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려야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들여다보면 비극’이란 말처럼 이민자 한 가족마다 눈물 없는 이민사는 없을 것이다. 나름  저마다 치열하고 고군분투한 삶의 자취가 남아있는 것이다.

1902년, 결혼 다음날 미 유학길에 오른 도산은 대한제국 51호 여권으로 샌프란시스코 엔젤섬 이민자수용소에 도착한다. 1903년에는 첫 하와이 집단이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2년간의 하와이 근로계약이 끝난 노동자들이 샌프란시스코로 몰려 오면서 초기한인 이민자수는 크게 늘어난다.

일제강점기 나라를 떠나 디아스포라 애환을 달래야 했던 한인은 2천만 인구의 1/5인 4백만명에 이른다. 그때나 지금이나 고향땅을 떠나는 감회, 이국땅에서 살아가는 고충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1910년 도산 안창호는 다시 조선땅을 떠나 미국으로 가는 길에 ‘거국가’를 남겼다. 대한매일신보에 소개된 거국가는 한반도 이별가로도 알려졌다.

경계인의 노래를 소개한다.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너를 두고 나는 간다

잠시 뜻을 얻었노라 까불대는 이 시운이

나의 등을 내밀어서 너를 떠나가게 하니

일로부터 여러 해를 너를 보지 못할지니

그동안에 나는 오직 너를 위해 일할지니

나 간다고 설워마라 나의 사랑 한반도야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너를 두고 나는 간다

내가 너를 작별한 후 태평양과 대서양을

건널 때도 있을지며 시베리아 만주들에

다닐 때도 있을지니 나의 몸을 부평같이

어느 곳에 가있던지 너의 생각 할터이니

너도 나를 생각하라 나의 사랑 한반도야

 

 < 彦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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