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굳이 그와의 인연이라면 동시대를 살면서 솟아나온 예리한 못을 오랫동안 주시했다는 것이다.
엄혹한 시절 고생쯤이야 안 한 청춘이 어디 있으랴.
세상은 솟아난 못과 이름없는 별들의 세상이다.
세상을 지킨 또 다른 힘, 이름없는 별들.
먼 청춘시절, 한국에서 관악구 출마 연설을 보고 5.18민주항쟁을 애도하고 분노하는 모습도 보았다.
스치듯 만나고, 멀리서 지켜보고,,,
그렇게 세월은 흘렀다.
십여년전 그가 엘에이에 왔다.
엘에이에서도 만나는 건 강연장 그리고 그의 끝없는 민주사회를 위한 꿈과 열정이었다.
냉철하고 예리하다 못해 건방지다는 공격을 받는 이해찬이었다.
동포강연이 끝나고 이곳 민주인사 몇몇을 그가 따로 초청했다.
버몬길의 용궁식당의 방에서 여남은 명이 모였다.
당시 샌프란시스코에 있던 따님 현주씨를 만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 동안 고생한 동지들에게 오늘밤 저녁과 술 한잔 사고 싶다는 인사말로 좌담은 시작되었다.
여담이지만, 그동안 많은 민주당쪽 사람이나 도지사 등 감투를 쓰고 있는 자들이 엘에이를 찾았지만 식사와 술을 손수 대접하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굳이 꼽자면 오래전 이재명 지사가 왔을때도 친히 행사 회비를 납부하고 만찬을 했다는 정도이다.
심지어 전북지사 김관영이는 동포간담회 비용을 이곳 후원자에게 떠넘겨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런 식이다. 분명 출장 예산도 있을터인데도 민폐를 굳이 끼치고 사라지는 것이다.
그 자리에는 한국에서부터 동행한 몇몇이 있었는데 유시춘 현 교육방송이사장도 있었다.
유시춘은 이해찬의 2년 선배이자 유시민의 친누나다.
그 밤도 술이 많이 돌았다.
주로 이 총리가 지나간 시절을 풀어냈다. 좌중은 매우 즐거웠다.
투쟁하던 청년 시절부터 총리시절 노무현 대통령과의 한판 대첩도 술회헸다.
당시 까닥했으면 총리직에서 쫓겨날뻔한 회고 내용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을 놓고 격돌한 이야기였다.
당시 박근혜 야당에서 극심한 임명 반대 투쟁을 벌여 노 대통령을 조금은 편하게 하기 위한 간언이었는데, 갑론을박이 10시간넘게 계속되었다는 것이다.
이 총리는 야권 쟁투를 피해 다음 기회 임명 기회를 권면했고, 노 대통령은 끝내 장관 임명을 굽히지 않더라는 것이다.
당시 청와대에서 매주 월요일 두 사람간 정례 오찬모임이 있어왔다.
그러더니 노 대통령이 화장실을 다녀오더니 “그러면 총리 사표를 내시지요”라는 말에 깜짝 놀라 더 이상은 꺾이지 않겠구나 싶어 임명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까딱했으면 유시민 때문에 총리직에서 쫓겨날뻔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비사를 풀어 낸 그 자리에는 유시민의 친누나가 있었으나, 그들 동지간에 개의치 않는지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여러 안부들이 오가고 자리를 파했다. 주차장에서 2차를 가자는 청이 있었으나 더 이상 폭탄주는 견디기 힘들었고 더 긴한 얘기들이 있을 것 같아 사양했다.
그것이 그와의 마지막 조우였다.
그때도 술이 과하다는 생각이었는데 이후 건강이 많이 악화되었다는 말에 걱정이 컸는데 중년에 하늘의 별이 되었다.
장례식장 모습에는 절친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유시민이 눈에 띄었다.
유시민은 유독 눈가가 짓무를 정도로 흐느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80년 ‘서울의봄’ 당시 유시민은 총학생회 대의원 의장이었고 이해찬은 복학생협 회장이었다. 둘의 동지애는 반지하 방에 살던 유시민의 혼수에 보태라며 이해찬 부부 반지를 빼줬다는 일화가 증명한다.
이후 유시민의 정치입문도 이해찬의원 보좌관으로 시작되었다.
이해찬은 생전에 “내가 독하다는 말을 듣는 것은 8할이 유시민이 원흉”이라고 했다.
그만큼 유 보좌관이 독하게 밀어 붙였다는 것이다.
유시민이 2013년 정계를 은퇴한 뒤에도, 두 사람의 동지 관계는 지속했다.
자신이 맡고 있던 노무현재단 이사장 후임으로 유시민을 지명했다. 유시민은 고사했으나, 이해찬의 강압 끝에 결국 수락했다.
별이 졌다
꽃잎이 하나 둘 지고 또 지고
세상은 아름답기만 한데
떨어진 꽃잎은 바람에 흩어진다
꽃잎들은 어디에 모여 있을까
진 꽃도 꽃이다
김대중, 노무현, 이해찬.
역사는 그렇게 흘러간다
끝내 가야할 곳으로
흘러간 별들은
먼곳에서 만나면
손잡고 눈물 흘리고
손잡고 웃음 지며 모여 있을 것이다.
그때에도 우리는 그러할 것이다
그때도 함께 하기를
바람에 전한다
눈물에 띄워 보낸다
그곳에서는 평안하기를
투쟁 없이 평안하기를
우리들의 시대가 지나간다
인생이 지나간다
그것이 인간의 길인 것을 깨닫는 귀 시린 밤에
< 심 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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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 2026.01.28 / 조회수: 48 굳이 그와의 인연이라면 동시대를 살면서 솟아나온 예리한 못을 오랫동안 주시했다는 것이다. 엄혹한 시절 고생쯤이야 안 한 청춘이 어디 있으랴. 세상은 솟아난 못과 이름없는 별들의 세상이다. 세상을 지킨 또 다른 힘, 이름없는 별들. 먼 청춘시절, 한국에서 관악구 출마 연설을... |








